최악의 외계인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26
츠츠이 야스타카 지음, 이규원 옮김 / 작가정신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이번 단편집은 사실 지난 번 단편집보다 가슴에 와 닿는 느낌이 덜하다. 그가 늘 보여주는 기발하고 황당한 이야기 뒤에 숨겨진 블랙유머가 잔혹함에 가려지거나 겉도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취향이 달라 그런 점도 어느 정도 있겠지만 강한 몰입으로 끌고 가는 단편이 많지 않은 것도 하나의 이유다. 어쩌면 첫 느낌의 강력함이 지워지면서 더 많은 기대를 한 탓인지도 모르지만 이 일곱 편의 단편이 충분하게 만족시켜주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역시 평균 이상의 재미는 보장하는 작가다.

<기울어진 세계>는 그 세계만 기울어진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도 같이 기울어져 있다. 그 도시가 기울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알리려고 하지 않는 시장이나 그 사실을 알면서도 인정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은 현실 속에서 우리가 만나게 되는 사람들과 별 차이가 없다. 현실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 부족하고 잘못을 인정할 줄 모르는 시장과 그 추종자들 모습이 지금의 한국 모습과 겹쳐 보인다. 하지만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에선 그 느낌이 완전히 전달되지 않는다. 

<최악의 외계인>은 역시 정치인에 대한 강한 풍자가 담겨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외계인은 더 황당하다. 이 황당함이 전체적으로 완전히 녹아들지 못해서인지 아니면 이해 부족인지는 모르지만 충분한 재미를 누리지 못했다. <꿈틀꿈틀 장관>은 해프닝의 연속인데 웃음의 포인트를 정확히 찾기가 힘들다. <고로하치 항공>은 일단 재미있다. 짧은 단편 속에 캐릭터가 살아있고, 황당한 조종사와 마을 사람들 대화 속에 유머가 살아있다. 쌍발비행기 기름을 넣기 위해 도로 위에 착륙시키고, 상대방이 피하길 바라는 그녀를 보면서 무대포 정신의 위험과 즐거움을 동시에 누린다.

언어에 대한 불신 탓인가 아니면 일본에서 흔히 말하는 겉마음과 속마음 차이를 표현한 것인지 모르지만 <관절화법>은 장면들을 상상하는 재미가 있다. 지구 대사가 된 개인간의 처절한 관절화법은 엉덩이로 이름쓰기의 업그레이드 버전이 아닌가 생각한다. <하늘을 나는 표구사>는 현재의 항공사고와 과거 일본에서 하늘을 날기 원했던 고키치를 연관시켜 약간은 평범하게 이야기를 전개한다. 하지만 마지막 문장에 작가가 하고자 하는 말이 앞의 이야기를 새롭게 보게 만든다.

가장 인상적이면서 잔혹했던 <이판사판 인질극>은 처음의 기발함이 엽기적인 장면으로 흐르면서 아쉬움을 준다. 아내와 아이가 재혼하려는 아내를 보기 위한 인질에게 잡혔고, 이를 구하려는 남편을 경찰이 무시하고, 이에 대한 반발로 그 인질의 아내와 아들을 인질로 잡아 대치하는 이야기다.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변해 그 가족을 구하겠구나 하는 추측은 엽기적인 장면들로 마무리되는데 그 기발한 발상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점이 아쉽다. 엽기 속에 사람들의 극단으로 치닫는 심리와 그 현실에 무감각해지는 사람들을 잘 보여주었지만 그 한계선을 넘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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