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의 동양학 강의 1 - 인사편
조용헌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5월
평점 :
품절


학창시절 무협과 홍콩 영화에 미친 적이 있다. 그래서인지 강호란 단어는 너무나도 친숙하고 반갑다. 그가 말하는 강호동양학이 강단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삶의 현장을 풍찬노숙하면서 얻은 것이라 그런지 어느 순간에는 한편의 구수한 옛날이야기 같은 때도 있다. 서문에 썼듯이 그의 강호동양학은 8할은 강호에서, 2할은 강단에서 알려주었다고 한다. 이런 다양한 삶의 만남과 경험은 그의 글 곳곳에 스며들어 있고, 이야기 하나하나가 재미와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 

현재 <조선일보>에 연재 중인 인기 칼럼 ‘조용헌 살롱’을 1권 인사편, 2권 천문편으로 나누어 새롭게 펴낸 책이다. 신문에 연재된 것이다 보니 각 이야기의 분량이 제한되어 있다. 결코 두 쪽을 넘지 않고, 이야기는 간결하게 진행되고 마무리된다. 긴 호흡으로 깊은 생각을 하면서 읽기에는 조금 부족하지만 스스로 채담가라고 한 것을 생각하면 알맞은 선택이다. 긴 세월을 연재한 탓인지 시대의 상황과 맞는 이야기도 많아 기억을 되살려 보는 기회를 가지기도 한다. 부담 없이 가볍게 읽을 수 있고, 과외로 다양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도 듣게 된다. 

인사편은 인물, 사회, 문화, 문명으로 나누고, 천문편은 자연, 천문, 종교, 인문으로 구분한다. 각장을 작은 범주로 나누고, 그 밑에 다시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낸다. 신문 연재 당시 글들을 그 내용에 따라 묶어서 구분한 것이다. 이 구성을 보면 그가 가진 관심과 지식의 영역이 얼마나 폭넓은 지 알 수 있다. 단순히 폭만 넓은 것이 아니라 내공 또한 상당히 깊다. 배움을 위해 그가 경험한 일들이 곳곳에 나오는데 부럽고 대단함을 느끼게 된다. 

수많은 이야기가 나오다보니 이전에 그의 다른 책에서 이미 만난 것도 많다. 정확하게 말하면 다른 책에서 좀더 세부적으로 다룬 이야기가 이 책에선 간략하게 말해지고 있다. 긴 세월을 연재한 탓인지 하나의 이야기가 다시 말해지는 경우도 있다. 아마 이것은 그가 글을 쓰던 당시 사회 분위기나 상황에서 비롯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또 그의 경험이 아무리 다양하고 깊을지라도 모든 것을 기억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도 살짝 아쉽다. 어쩌면 그의 폭넓은 지식에 대한 조그마한 질투인지도 모르겠다.

만약 이 책의 제목에서 말한 동양학을 유교, 불교, 노장사상 등을 하나의 흐름이나 학문적으로 다룬 것으로 기대했다면 잘못된 선택이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신문칼럼의 한계 속에서 편집된 책이다. 그런데도 이런 제목을 붙인 것은 그의 동양학이 강호란 수식어를 앞에 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동양학 사전처럼 쉽고 간편하게 찾아 읽을 수 있도록 하였다는데 짧은 생각을 할 수 있게 만들지만 깊은 학문의 세계로 인도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재미는 있다. 그리고 알아야 하는 것은 그의 강호학에 바탕이 되는 것이 정통 동양학의 외양을 띄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그가 주장하는 강호동양학에 대한 어렴풋한 그림자를 볼 수 있었지만 실체를 그대로 얻는 것에는 실패했다. 재미있고, 잠시 생각에 잠기고, 다른 시각에서 사물과 현상을 바라보게 되지만 역시 내공이 부족해서인지 전체를 엮어서 풀어내고 이해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만약 풍수지리, 주역 등에 관심이 많다면 저자의 깊이 있는 해석과 단상으로 많은 즐거움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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