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 동경대 가다! 세트 - 전21권 (신장판) - KBS 드라마 '공부의 신' 원작 꼴찌, 동경대 가다! 신장판
미타 노리후사 지음, 김완 옮김 / 북박스(랜덤하우스중앙)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사실 이런 만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입시에 도움이 되는 만화란 것이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 이미 많이 보아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미 입시와 너무나도 멀리 동떨어져 있는 나의 현실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적지 않은 분량의 만화를 읽은 것은 드라마 <공부의 신> 때문이다. 평소 드라마를 거의 보지 않는 내가 이 드라마를 본 것은 아니다. 다만 이동 중에 택시나 식당의 텔레비전을 통해 잠시 잠깐 본 것이 거의 전부다. 그런데 왜 봤냐고? 그것은 우연히 이 만화를 읽을 기회가 생겼고, 다른 책들에서 벗어나 잠시 쉬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첫 권을 쥐고 읽을 때만해도 사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일본의 동경대가 어떤 위치고, 얼마나 들어가기 힘든 곳인지 알기 때문이다. 서울대보다 더 높은 위치의 학교고, 일본 최고의 대학임을 알기에 단순히 일 년만에 들어간다는 것이 불가능한 일로 여겨진 탓이다. 이것은 어느 정도 학력이란 것을 아는 사람에게 그대로 통용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선입견과 편견이 이 만화를 읽으면서 조금씩 깨어졌다. 그리고 그 가능성이 조금씩 문을 열고 있었다. 바로 이 문을 조금씩 열어서 보여주는 것이 이 만화가 보여주는 재미이자 많은 것을 생각하고 배우게 만드는 요인이다.

누군가가 서울대에 일 년 동안 열심히 공부하면 들어갈 수 있다고 말하면 거짓말이라고 할 것이다. 그것은 그만큼 서울대에 들어가기 힘들다는 의미다. 만약 천재가 있다면 게으름의 껍질을 벗고 단숨에 입학시험에 합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내신 성적은 별도로 하고 말이다. 그런데 삼류 고등학교에서 수학 공식도, 영어 단어도 모르는 평범한 학생이라면 어떨까? 아마 대부분 불가능하다고 말할 것이다. 맞다. 사실 대입에 필요한 학력을 일 년 만에 쌓는다는 것은 아주 힘든 일이다. 그런데 이 만화는 그 힘든 일을 쉽게 이루는 것이 아니라 아주 많은 노력과 집중과 뛰어난 선생들의 도움으로 이룬다. 그리고 그 과정을 보여주는데 바로 이 부분에 내가 관심을 둔 것이다.

잠시 만화 내용 이야기를 하면 삼류보다 못한 고등학교에 임시 교장으로 온 변호사가 학교 재건을 위해 동경대 합격을 내세우고, 이 공약을 달성하기 위해 학생 둘을 모으고, 이 둘을 가르칠 뛰어난 선생을 구성하여 가르치는 것이다. 단순히 학생을 가르치는 내용만 나온다면 재미가 없다. 그래서 선생 개개인에게 강한 개성을 부여하고, 그 개성을 학업과 연결시킨다. 선생들의 등장도 한꺼번에 이루어지지 않고, 순차적으로 등장하여 새로움을 배가시키고 지루함을 들어내었다. 그리고 이들의 등장은 한 과목마다 비법이 있음을 알려주는데 나중에 보면 결국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음을 보여준다.

만화는 역할 분담을 철저하게 나눴다. 교장역의 변호사 사쿠라기는 좋은 선생을 섭외하고, 그 선생들이 자신들의 능력을 마음껏 펼치게 만든다. 그리고 두 학생 미즈노와 야지마를 독려하고, 그들이 흔들릴 때마다 바로 잡아주는 역할이다. 특히 그가 말하는 교육관은 아주 현실적이다. 다만 만화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두 학생을 둘러싼 현실이 너무 과장되어서 그렇지 말이다. 특히 학생을 위한다고 말하는 선생과의 토론은 진정으로 학생의 발전을 위한 것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구체적이지 못하고 추상적인 선생에 비해 사쿠라기의 주장은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것이다. 작가는 또 이 사쿠라기를 통해 수많은 심리학과 교육학과 수업과 공부 방법을 설명한다. 이 만화의 진정한 가치는 바로 여기에 있다. 미즈노와 야지마의 합격에 대한 궁금증도 있지만 교육 철학과 구체적인 학습법 등이 계속해서 읽게 만드는 것이다. 

만화를 보면서 고등학교 시절의 장면들이 수없이 머릿속을 지나갔다. 학교 선생하는 친구에게 한 번 읽어보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 어떤 장면에서 내가 사용한 방법 중 하나가 그대로 나오기도 했다. 그리고 만약 나에게도 이런 선생들과 환경이 받쳐줬다면 서울대에 합격했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물론 그 답은 아니다, 다. 아무리 좋은 선생이 있고, 특별한 공부 방법이 있다고 하여도 만화 속 두 주인공 미즈노와 야지마와 같은 집중력과 의지가 없기 때문이다. 

만화 속에서도 동경대를 위한 시험이지 다른 사립 명문대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하는 대목에선 그 수업이 지향하는 바를 정확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이 둘의 학력이 다른 학생들에 비해 그 기반이 약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단지 합격만을 위해 그들은 달린 것이다. 동경대 합격이란 절대적인 목표를 향해 달려가지만 그들 또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 이것이 현실이다. 실제 합격자도 어느 정도 타협하는 선에서 마무리되었다. 이런 사실들은 결과론이고, 만화의 가치는 앞에서도 말했듯이 공부하는 방법과 교육철학과 심리학 등에 있다. 거기에 이 두 학생의 성장도. 공부하는 학생이나 그런 자녀를 둔 사람들이 차분하게 한 번 읽어보면 상당히 많은 것을 깨달을 수 있는 만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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