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파이어 헌터, 에이브러햄 링컨
세스 그레이엄 스미스 지음, 양병찬 옮김 / 조윤커뮤니케이션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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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링컨 대통령이 뱀파이어 헌터라는 설정이 강하게 눈길을 끌었다. 처음엔 이런 허무맹랑한 소설이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작가의 다른 작품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가 상당한 호평을 받은 것을 보고 어느 정도 기대하게 되었다. 팀 버튼이 영화로 만든다는 소식은 이런 기대를 더욱 크게 만들었다. 적지 않은 분량이지만 몇 장을 넘기지 않아 몰입하게 되었고 빠르게 읽혔다. 그리고 단숨에 모두 읽었다.

링컨이 뱀파이어 헌터라는 것은 그 시대뿐만 아니라 현재도 뱀파이어가 있어야 가능하다. 작가는 이런 설정을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 링컨의 일기와 전기와 다른 기록 등을 교묘하게 뒤섞는다. 또 액자구성과 연대순으로 이야기를 진행하면서 그 가능성을 사실인 것처럼 만든다. 하지만 이 뱀파이어를 시대에 따라 다른 단어로 바꾼다면 결코 상상에 의한 존재가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링컨과 그 시대를 택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뱀파이어 헨리에서 작가가 링컨의 일기 등을 받아 링컨의 전기를 새롭게 쓰는 구성이다. 링컨에 대한 전기와 관련 기록은 엄청나게 많다. 그 수많은 기록들에서 의문은 늘 생기기 마련이다. 이런 의문과 뱀파이어 헌터라는 상상을 뒤섞어 멋진 역사 판타지를 만들었다. 기본 줄기는 역사 속에 드러나는 링컨의 기록을 따라가고, 그 세부적인 이야기는 완전히 새롭게 창조했다. 소설의 재미는 역사와 허구를 뒤섞고, 예상하지 못한 캐릭터를 창조하고, 역사를 새롭게 해석한 것에서 발생한다. 그리고 젊은 링컨의 뱀파이어 헌터 행적은 판타지소설을 읽는 듯하다.

소설은 3부로 나누어져 있다. 첫 번째는 어린 시절을 다룬다. 그의 탄생과 성장을 다루는데 왜 그가 뱀파이어 헌터가 될 수밖에 없었는지 보여준다. 그리고 뱀파이어 헌터가 되기 위해 뱀파이어 헨리에게 도움을 받고, 뱀파이어 헌터로 성장한다. 2부는 본격적으로 뱀파이어 헌터로서의 활약을 그려낸다. 헨리가 보낸 정보를 통해 실적을 쌓고, 경험도 점점 늘어난다. 동시에 그의 사랑을 다루고, 정계에 입문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마지막은 역시 대통령이 된 그의 행적이 중심이다. 남북전쟁과 암살되기까지의 시간을 다루는데 이미 노쇠한 그가 직접 뱀파이어 헌터로 활약하는 것은 무리다. 하지만 대통령이 되어 뱀파이어들이 기생할 수 있는 환경을 제거한다. 역시 여기서도 역사의 시간은 흘러간다.

링컨이 뱀파이어 헌터라는 설정도 기발하지만 남부의 노예제도가 어떤 원인에 의해 만들어졌는가 하는 부분도 뛰어난 설정이다. 노예제도를 단순한 노동력으로만 보지 않고, 뱀파이어들의 양식으로 본 점은 섬뜩하지만 중의적이다. 사실 링컨의 수많은 기록들 중에는 그가 노예제도를 절대적으로 반대한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이런 의견을 감안하면 노예제도의 배후에 뱀파이어가 있다는 설정은 판타지로도 읽을 수 있지만 약탈자나 악덕지주 등으로 단어를 바꿔 해석할 수도 있게 만든다. 이 점은 이 소설이 지닌 재미와 의미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이전에 <링컨의 우울증>이란 책에서 그에 대한 새로운 모습을 많이 보았다. 그 덕분에 이번 소설을 읽는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의 사랑과 우울증, 자식 잃은 아픔, 어머니에 대한 사랑 등을 이해하는데 쉬웠다. 그리고 연대순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어 링컨이 어떻게 성장하고 위대한 업적을 남기게 되는지 알 수 있다. 비록 판타지로 이야기가 재구성되었지만 그의 성장과 업적이 허구는 아니다. 아니 오히려 대부분의 진실 속에 몇 가지 설정만 허구다. 이 허구가 사실과 결합해 재미를 극대화시키지만 말이다. 

이 한 권으로 이야기가 완결되기도 하지만 현대에 부활한 뱀파이어 링컨을 다룬 다음 권이 곧 나온다고 한다. 남북전쟁에서 북군의 승리로 대부분 사라진 뱀파이어가 어떻게 다시 미국으로 돌아왔고, 그들을 퇴치하기 위한 뱀파이어 링컨의 헌터 행이 어떻게 진행될지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리고 다음 이야기에선 어떻게 근대, 현대 역사와 연결시킬지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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