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자친구의 전 여자친구
니나 슈미트 지음, 서유리 옮김 / 레드박스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소설을 읽기 전 두 가지가 먼저 떠올랐다. 하나는 일본 드라마 <모토카레>고, 다른 하나는 대만소설 <끝에서 두 번째 여자 친구>다. 일본 드라마가 이전 여자 친구를 만나면서 현재 여자 친구가 불안해하고 그 불안이 현실화되는 것이라면, 대만소설은 결혼 전에 만나는 여자 친구를 의미하면서 상당히 코믹하게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 사실 제목 때문에 이 소설이 더 생각나기는 하였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 드라마와 소설이 문화 차이 등을 보여주지만 남녀의 사랑과 불안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비슷한 부분도 많다.

마크 트웨인의 “인류에게 한 가지 효과적인 무기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유머다.”란 말로 이 소설이 어떨지 알려준다. 남자 친구 루카스가 전 여자 친구의 이사를 도와주러가면서 이야기가 시작한다. 이전에도 그녀 안토니아는 이런 식으로 남자 친구를 잃은 적이 있다. 한 번의 학습경험은 비슷한 일이 생겼을 때 걱정과 불안을 불러오기 마련이다. 이런 걱정과 불안은 만 2년이 되어가는 두 사랑의 사랑과 맞물리면서 더 강해진다. 열정적이고 자상한 배려는 조금씩 사라지고 편안함과 일상의 반복으로 삶의 모습이 바뀌면서 이 불안은 의심으로 가득해진다. 거기에 친구 카타의 2년 호르몬 위기론은 불타는데 기름을 부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안토니아의 시선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불안감으로 약간의 편집증적인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 보다 더 황당하고 웃긴 일은 그녀의 행동이다. 열쇠가 없다고 하지만 화장실이 급하다고 아파트 계단에서 양동이에 소변을 보고, 술에 취해 넘어오는 토사물을 다시 양동이에 쏟아낸다. 이 두 사건이 완전 범죄로 마무리되어야 할 텐데 불행히도 모두 옆집 사람들에게 들통난다. 이 얼마나 불쌍한 일인가! 하지만 약간은 엽기적일 수 있는 이런 행동이 그녀의 캐릭터를 더욱 분명하게 부각시켜준다. 이것은 또한 뒤에 일어날 다양한 사건들에 비하면 재미있는 에피소드들 중 하나일 뿐이다.

이 소설에서 안토니아를 제외하고 가장 시선을 끌어당기는 인물은 역시 카타다. 완벽한 정리벽을 가진 그녀가 보여주는 깔끔함은 경이롭고 비인간적으로까지 보인다. 모든 것을 완벽히 정리해야만 안심이 되는데 이런 그녀가 아내가 있는 남자와 불륜을 저지른다는 것은 또 하나의 재미있는 설정이다. 안토니아의 불안한 사랑을 도와주기 위해 그린피스의 모임에 갔다가 원래 목적을 잃고 흥분한 청소 닭으로 변신하는 그녀를 보면서 상당히 재미있어했다. 이런 그녀가 명배우로 변신하여 루카스와 대화를 할 줄이야 누가 생각했겠는가!

전체적으로 무겁지 않고 가볍게 진행된다. 재미있는 캐릭터가 이야기를 이끌고 나가는데 이벤트 중심으로 하나씩 벌어진다. 개성 강하고 재미있는 인물이 곳곳에 등장하고, 이 인물들이 사건과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사랑이 조금씩 일상으로 변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불안과 질투가 재미를 주고, 현실에 대해 공감하게 만든다. 단순히 코믹한 로맨스 소설로 떨어질 수 있는 것을 재미있는 좌충우돌 모험 로맨스로 바꾼 것도 이런 현실에 뿌리를 두었기 때문이다. 이 현실이 가끔 정도가 지나치다고 느껴질 때도 있지만 현실의 테두리에서 벗어나지 않음으로서 공감대를 형성한다. 가벼운 마음으로 2년 정도의 연애에 대해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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