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읽는 소년 작가정신 청소년문학 2
쇼지 유키야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쇼지 유키야의 소설은 따뜻하다. 겨우 두 권 정도 밖에 읽지 않았지만 그 속에서 느낀 감상이 그렇다. 일상에 뿌리를 두고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이 소설도 그렇다. 하지만 시간적 공간적 배경은 현실이 아니다. 먼 훗날이 되지 않을까 짐작되는 시간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썼다. 그리고 낯선 ‘바람과 물의 엑스퍼트’라는 존재를 등장시켜 새로운 세계를 상상하게 만든다. 이 소설은 바로 바람의 엑스퍼트의 아들인 아치의 시선에서 부두마을의 사계절 동안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을 다루고 있다. 

아치의 아버지는 바람의 엑스퍼트다. 그가 이사 온 후 부두마을에서 발생하는 여름의 폭풍우가 사라졌다. 매년 이 때문에 많은 문제가 생겼던 마을 사람들은 그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그의 장남 아치는 색에 대한 특이한 능력을 가지고 있고, 쌍둥이 키사와 토아는 밤과 낮의 운행에 따라 서로 번갈아가면서 잠들고 깨어난다. 처음엔 단순히 특이하다고 생각만 했는데 뒤로 가면서 이 능력들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조금은 알게 되면서 색다르게 다가왔다. 

아치의 색에 대한 특별한 능력은 리틀 아티스트로 불릴 정도로 뛰어나다. 하지만 현재 그의 나이는 열두 살이다. 그리고 밤낮을 교대하면서 잠들고 깨어나는 두 쌍둥이 동생 키사와 토아는 어머니가 죽은 후 그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것은 소년이 누려야 하는 일상을 빼앗았다는 의미다. 그렇지만 그의 곁에는 좋은 친구들과 마음 따뜻하고 친절한 마을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아치의 아버지 후가 씨의 능력에 큰 도움을 받았고, 마을에 활기를 불어넣어주는 이들을 좋아한다. 덕분에 후가의 아이들은 편안하고 즐겁게 생활하게 된다.

사계절 동안을 다루고 있지만 한 계절마다 조그마한 일들이 발생한다. 봄에는 물의 엑스퍼트가 등장하여 감소하고 있는 어획량에 대한 어부들의 근심과 걱정을 알려주고, 후가 씨가 오기 전 마을에서 벌어진 쌍둥이 사건에 대한 신비로운 이야기를 펼쳐 보여준다. 여름엔 아치의 예술품과 초자연적 현상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건을 다루고, 가을로 가면 그 마을 사람들 대부분이 일하는 성냥공장에서 주최하는 세계적인 콩쿠르인 성냥탑 콩쿠르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겨울엔 앞에 벌어진 수많은 의문과 사건들이 하나씩 해결되기 시작한다. 

작가는 이 모든 이야기를 잔잔하면서 따뜻한 시선으로 이끌어간다. 유일한 대립관계를 보여주는 장면이 아마 어획량 감소 때문에 생계를 걱정한 어부들이 바뀐 바람길 탓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 걱정도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시작한 것이기 보다 생계를 걱정하게 되면서 발생한 것이다. 이 때문에 불려온 물의 엑스퍼트 미즈야는 이 소설에서 바람과 물의 엑스퍼트가 어떤 존재인지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아치의 두 동생은 각각 다른 매력으로 사람들을 즐겁게 만들고, 그의 친구들은 아이들만이 보여줄 수 있는 순진함과 열정과 우정으로 활기를 불어넣어준다. 

이 소설의 원제는 키사토아다. 바로 아치의 두 동생 이름이다. 일본어로 아토사키란 단어를 거꾸로 한 것이라고 한다. 그 뜻은 앞뒤다. 그리고 다른 등장인물들의 이름도 각각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모두 읽고 난 후 역자 후기로 알게 되어 조금 아쉽지만 재미있는 설정이다. 또 작가는 무리하게 이야기를 끌고 가기보다 바람의 흐름처럼 자연스럽고 때로는 강풍을 동반한 모습으로 이어간다. <도쿄밴드왜건>에서도 이어지는 이야기를 기대했는데 이 작품도 그렇다. 아마 매력적인 캐릭터와 따뜻한 이야기가 그런 마음을 불러온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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