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 계수기 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 2
이시다 이라 지음, 김성기 옮김 / 황금가지 / 2006년 12월
평점 :
절판


변함없이 술술 읽힌다. 네 편이 담겨 있는데 전편에서 같이 활약한 친구들이 사라진 것은 조금 아쉽다. 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의 해결사인 마코토가 이제는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이 시리즈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모르지만 다양한 경험과 넓어지는 관계로 인해 그의 삶이 결코 조용하지만 않을 것 같다. 그리고 사건의 강도가 전편보다 더 강해졌다. 

<요정의 정원>은 한때 유행했던 훔쳐보기 사이트의 인기 모델 스토킹을 둘러싼 이야기다. 안이한 마코토의 대응이 다른 문제를 불러오고, 현실과 환상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현실의 나약하고 뒤틀린 남성의 욕망이 펼쳐진다. 통쾌함보다 왠지 모를 씁쓸함이 뒤끝을 남긴다. 새로운 친구가 등장하는데 앞으로 몇 번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표제작 <소년 계수기>는 한 야쿠자의 아들 히로키 이야기다. 히로키는 늘 계수기를 들고 다니면서 숫자를 센다. 히로키의 엄마는 유명한 방송인이고, 아버지는 야쿠자다. 마코토와의 만남과 우정은 둘만의 암호가 만들어지고, 사건을 해결하는 열쇠가 된다. 하지만 히로키의 납치와 함께 드러나는 가정의 모순과 외로움은 그 풍족한 삶 이면을 드러내어서 오히려 슬픔을 느끼게 한다. 히로키가 누구도 자신을 좋아해서는 안 되고 누군가에게 귀여움을 받아서도 안 된다고 말할 때 마코토가 흘린 눈물이 내 가슴속으로도 흘렀다. 

이 네 작품 중에서 가장 유쾌한 것은 역시 <은십자>다. 소위 말하는 날치기 사건인데 이것을 의뢰한 노인들이 웃음을 준다. 기요지와 데쓰타로가 그 노인들이다. 이 콤비의 등장과 활약은 한편의 만담과 코미디를 보는 것 같다. 범인을 찾아내고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들의 놀라운 활약과 지혜로운 대처방안이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앞으로도 이 두 노인 콤비가 자주 나왔으면 좋겠다.

<물 속의 눈동자>는 가장 길면서 어두운 소설이다. 다를 것 같은 두 사건이 하나로 이어지는 순간 드러나는 진실은 놀랍다. 범인을 찾는 것이 비교적 쉬웠던 반면에 그 이면에 숨겨진 욕망과 폭력과 진실은 추악하고 잔혹하다. 마코토의 보디가드로 등장한 미나가와의 놀라운 능력과 과거도 흥미롭지만 한 사람의 능력이 한정적일 수밖에 없는 현실은 아쉽다. 서구공원으로 대변되는 공간 속에 표출되는 욕망의 그림자는 현실적이고, 그 속에 가해지는 삶의 폭력과 현실은 가슴 아프다. 현재까지 마코토가 겪은 최고의 위기가 펼쳐진다. 또 한 가지 궁금한 것은 과연 마코토의 무력이 어느 정도인가 하는 것이다. 뭐 그가 해결사로 이름을 알린 것이 힘보다 머리이기는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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