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그대로 눈에 대한 백과사전이다. 그런데 진짜 백과서전이 아니고 그런 형식을 가진 소설이다. 하나의 일관된 소재나 주제를 찾는다면 말할 것도 없이 눈이다. 구성은 사전처럼 알파벳 A부터 시작한다. 첫 단어는 ANGEL(천사)이다. 이 이야기 마지막에 <약속>을 보라는 글이 있는데 처음엔 그 의미를 몰랐다. 영화나 소설을 지칭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책을 읽어 나가면서 이 소설 속 다른 단어를 의미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렇게 이 소설은 눈과 관련된 단어와 이야기로 진행되지만 다른 단어들과 연관성을 가진다. 물론 그 의미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독자의 노력과 수고가 필요하다. 눈에 대한 소설이다 보니 눈에 대한 이야기가 끝없이 나온다. 그런데 중간에 페티시즘에 대한 글이 있다. 구두와 모피에 대한 글이다. 이에 작가는 교묘하게 이 두 물건이 눈과 관련된 추위와 관계있다고 말하면서 의뭉스럽게 넘어간다. 그의 주장에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한다. 이렇게 이 소설은 직접적으로 눈을 다루지 않지만 눈과 관련된 사람과 에피소드들로 가득하다. 하나가 독립된 이야기인 듯하지만 어느 순간 앞에 나온 사람이 다시 등장하여 혹시 전체적인 흐름 속에 관련성을 찾게 만들기도 한다. 알파벳순으로 진행되지만 눈에 대한 과학적 정의, 고전에서 발췌한 이야기, 역사 이야기 등이 등장하여 하나의 큰 흐름을 이어간다. 개인적으로 그 흐름의 중심에 있는 것이 무엇인지 발견하지 못했다. 모스와 버터플라이일까? 아니면 후기처럼 다루어진 이야기 속에 숨겨져 있을까? 고민을 한다. 프롤로그로 돌아가 교통사고가 지닌 의미를 생각하고, 편집자 노트를 다시 읽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확하게 이해할 수 없다. 책을 읽으면서 인용문, 일화, 정의, 시 등이 나에게 다가와 가슴 한 곳을 두드리는 경우도 많았다. 사전 같은 구성이지만 잘 읽히고, 재미난 부분도 가끔 만난다. 하지만 역시 나의 독법 속에서 그 재미를 온전히 누리기는 힘들다. 작가의 독창적인 구성과 상상력에 많은 점수를 주었다는데 사실 잘 모르겠다. 연애소설이라고 하지만 전체를 관통하는 그 느낌을 깨닫지 못한다. 작가의 실명을 교묘하게 등장시켜 사실과 허구를 교차시키는데 이 또한 낯선 구성 때문에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줄거리를 요약하려는 시도는 이미 포기한지 오래다. 단어에서 시작한 이야기나 인용이나 정의를 읽고 내가 그 순간 느낀 것을 가슴에 담아둔다. 하지만 나른하고 따스한 온기에 그 감정들은 녹아버린다. 아직 내 수준이 이 소설을 제대로 받아들이기에 무리인 모양이다. 언젠가 다시 읽게 되면 지금 놓친 부분을 찾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