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티유 광장
레온 드 빈터 지음, 지명숙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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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지 않은 분량의 책이지만 쉽게 읽히지는 않는다. 책이 어렵다기보다 사유를 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고, 역사의 의미를 묻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의문을 품게 한다. 처음으로 읽은 작가지만 <호프만의 허기>란 작품을 들은 적이 있기에 낯설지는 않다. 단지 이 책을 읽기 전 예상한 것 이상으로 생각이 많아지면서 혼란을 가져왔다. 그것은 소설 중 하나의 이야기를 둘러싸고 벌어진 의문의 목소리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달려 있다. 마지막 문단에서 이 의문은 더욱 커진다.

나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왜 그런 생각들로 이어졌는지 알 수 있다. 그것은 그 개인의 역사가 뿌리를 잃었기 때문이다. 그가 만약이란 가정에 의미를 두고, 집착하는 것도 그 뿌리를 찾고자 하는 욕망에서 비롯한 것이다. 그는 유태인이다. 그의 부모는 2차 대전 그 참혹한 홀로코스트로 죽었다. 그에겐 부모와 가족의 기억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 민족과 개인사의 비극 때문에 그가 자란 곳에서 약간의 특별 대우를 받지만 그가 원하는 것은 뿌리와 유대감이다. 이런 상실감은 결혼을 한 후 가족이 생긴 뒤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그가 프랑스 대혁명 시기의 루이 16세의 도망에 만약이란 가정을 하고 집착하는 것은 바로 이런 개인사 때문이다. 만약의 연속으로 가정을 만들어내면서 자신이 결코 가지지 못한 부모의 기억을 상상으로 채운다. 근거 없는 이런 상상은 부실하기 그지없다. 역사학자로 남지 못하고 생계를 위해 학교 교사로 재직하고 자신의 논리나 사유가 아니라 언론이나 다른 주장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는 학생들의 존재는 환멸감만 키울 뿐이다. 이런 그에게 일탈이 생기는데 하나는 폴린과의 불륜이고, 하나는 비디오 보기다.

폴린은 유대인이다. 그녀와는 같은 민족의 유대감이 생기지만 역사를 보는 시각에선 차이가 있다. 그리고 그녀를 찍은 사진 속에 한 남자를 본 직장 동료가 한 마디를 던진다. 그가 아니냐고. 이 말은 그에게 새로운 상상을 하게 만든다. 그가 뒤늦게 알게 된 쌍둥이 형 필립에 대한 것이다. 이 일은 그가 결코 쌓을 수 없었던 가족의 역사를 만들 기회가 된다. 하지만 이런 집착은 그의 공허감을 더욱 부채질할 뿐이다. 그가 파리로 떠나 역사를 연구하겠다는 생각은 현실 도피로 변질되고, 수많은 논문의 주제는 공상에 그칠 뿐이다. 그러니 그의 역사에 대한 사유가 단절과 가정과 왜곡으로 이어지는 것이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바스티유 광장은 그가 쓰고자 하는 논문의 제목이자 역사적 명소다. 그가 집착하는 루이 16세의 탈출을 가정 속에서 돌이키면서 성공시키고자 하는 것은 바로 수용소에서 죽은 부모의 과거를 돌이키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이 말은 폴린이 지적한 것이지만 그의 심리를 정확하게 나타내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과거의 결핍과 현재의 불만족이 그를 과거에 집착하게 만들고, 현재 가족 속에서 현재와 미래를 만들 생각을 하지 못하게 한다. 두 딸과 함께 하는 시간이 드물고, 불륜에 빠진 그가 두 딸에게 자신과 같은 경험을 안겨주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비록 엄마와 외가 쪽이 있다고 하여도 아버지 부재의 아픔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에필로그 속 짧은 에피소드가 그의 미래를 어떻게 바꿀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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