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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도 사무라이 2
에이후쿠 잇세이 원작, 마츠모토 타이요 지음, 김완 옮김 / 애니북스 / 201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드디어 2권이 나왔다. 원래 한 권씩 찔끔찔끔 나오는 만화를 잘 보지 않는다. 한꺼번에 전권을 읽길 좋아한다. 그런데 착각과 우연으로 1권을 읽었다. 그 후 그 거친 그림과 그 속에 살아있는 섬세한 묘사와 재미난 이야기 전개 때문에 반했다. 1권에서도 말했듯이 잘 몰랐다면 이런 그림체의 만화를 손에 들지도 않았을 것이다. 일반적인 예쁜 그림체의 만화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작품에서도 경험한 것이지만 이런 경향은 속독과 그 만화를 제대로 즐길 수 없었던 여유와 나쁜 습관 탓이었다.
2권에선 1권에서 중요한 관찰자 역할을 했던 소년 칸키치의 역할이 많이 사라졌다. 대신 새로운 이야기를 들고 나왔다. 앞부분은 연쇄살인자를 등장시켜 호기심과 긴장을 불어넣었고, 후반에선 사악한 기운을 풍기는 사냥꾼을 등장시켜 다음에 벌어질 이야기를 기대하게 만든다. 이런 큰 흐름 속에 변함없이 펼쳐지는 소소한 일상과 소이치로의 낯설고 신기한 경험들은 그의 매력을 강하게 발산한다. 어느 부분에선 영화 <셰인>을 나도 모르게 연상하게 만든다.
소이치로의 검술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1권에서 대충 보여주었다. 살기가 너무 강한 그의 검술을 꺽기 위해 애검 쿠니후사를 팔지만 그 검의 영혼은 그를 맴돌며 재결합을 요구한다. 이것은 아직 살기를 완전히 씻어내지 못한 현실과 그에게 닥쳐올 미래를 암시한다. 그중 일부가 바로 연쇄살인이고, 사악한 기운 가득한 사냥꾼의 등장이다. 연쇄살인범을 잡기 위해 함정수사를 하고, 살인범이 나타나는 순간 그의 몸속에 잠자고 있던 살기는 폭발한다. 숨겨져 있던 과거의 일부가 드러나는 순간이다. 그리고 뒤에 이어지는 사건 처리는 그 시대의 삶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사냥꾼의 등장은 한편으론 소이치로의 또 다른 모습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다음 권에서 본격적으로 이 둘의 대결이 펼쳐지겠지만 소이치로의 과거를 더욱 궁금하게 만든다. 이 부분은 정말 다음 권에 대한 갈증을 부채질한다. 사무라이 만화니 멋진 대결을 기대하는 것은 당연하다. 비록 그 결투 장면이 화려한 영상이나 긴 긴장감을 불러오지 않지만 그 간결함 속에 느껴지는 긴장과 강렬한 폭발력은 정말 일품이다.
이 작품을 정말 매혹적으로 만드는 것은 검술 대결이나 살인자의 등장이 아니다. 오히려 소이치로 주변에 살고 있는 이웃들이다. 그를 연쇄살인범으로 오해했던 츠네나 그에 대한 연심을 품고 글을 배웠던 오카츠나 관찰자 역할을 했던 칸키치 등이 바로 그들이다. 작가는 이들을 통해 그 시대의 현실과 삶의 풍경을 드러내고, 소이치로가 느끼는 환상의 무거움과 잔혹함을 덜어낸다. 이것은 그와 쿠니후사의 대화 속에서도 잘 나타난다. 하지만 탁월한 능력과 숨겨진 과거는 결코 그를 평화롭게 놓아두지 않는다. 원작이 있고 이것을 읽지 않은 상태에서 다음 권을 기다린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다. 동시에 기다림이 주는 설레임을 오랜만에 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