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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기행 - 배낭여행 고수가 말하다
김도안 지음 / 지상사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참 사실적인 책이다. 일반 여행서적과 완전히 궤를 달리한다. 제목에서 알려주듯이 배낭여행에서 만날 수 있는 폭력에 대한 글로 가득하다. 배낭여행 9.5단에게 듣는 해외 안전여행 TIP 59가지란 말처럼 안전에 많은 비중을 둔다. 그렇다고 여행지에 대한 감상이나 이동방법 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단지 일반 여행서적과 같은 친절한 설명이 부족하고 예쁘고 화려한 사진이 없을 뿐이다. 이미 이런 종류의 책들은 많이 나와 있으니 가이드 책을 들고 공부하면 된다.
모두 네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꿈결, 감사, 재미, 더 좋다로 이루어져 있다. 앞의 세 단어는 삶은 꿈결처럼 좋기 때문에 살아 있는 지금에 감사하면서 재미있는 것을 추구해야 한다는 의미다. 더 좋다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이 말을 외치며 현실의 긍정하고 내일 더 좋은 결과를 얻자는 의도가 담긴 말이다. 이렇게 나눈 단어들은 그가 여행을 준비하고 아프리카와 남미 대륙을 여행하는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내린다.
첫 장 꿈결은 말 그대로 여행준비의 즐거움이다. 간략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지만 배낭여행을 다닐 사람이라면 한 번 염두에 둘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마일리지나 유머나 신용카드 혜택이나 조그마한 선물 등은 그냥 지나칠 수 있는 항목인데 자신의 경험담을 중심으로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게 만든다. 개인적으로 최근 스톱오버에 관심을 두고 있는데 짧은 여행 일정이라도 이것을 이용하면 두세 나라 정도는 즐겁게 여행할 수 있을 것 같다. 배낭에 꼭 넣어야 할 것들은 배낭여행객들에게 실제적인 배낭싸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감사의 장으로 가면 가장 먼저 쉐어에 대해 이야기한다. 비용의 분담은 여행객의 부담을 들어주고, 더 많은 경험을 하게 만든다. 욕심과 클래스에 대한 부분에서 공감대가 형성되고, 시간을 보이지 않는 자산으로 평가할 때는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가끔 낯선 곳에서 헤매다가 예상하지 못한 즐거움과 기쁨을 얻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이때 위험과 다른 기회의 상실도 역시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론 안전하다면 낯선 곳의 방황도 즐거움이 가득하고, 여행을 풍족하게 한다는 다른 사람들의 말에 동의한다.
재미 편에서는 자유가 중심에 있다. 자유가 커질수록 위험이 커진다는 말로 시작하여 낯선 아프리카에서 만나게 되는 위험과 분노는 즐겁고 아름다운 여행의 환상을 산산조각 낸다. 분노를 폭발시키고, 폭력적인 반응을 보이는 저자의 모습을 보면서 과연 올바른 대처방안인가 의문이 생기기도 한다. 자신에게 이로운 사람을 찾고, 경찰에게 길을 묻고, 경비를 줄일 방법을 찾는 그의 행동은 상당히 적극적이고 실용적이다. 한정된 예산으로 여행할 때 돈과 시간과 싸우게 되는데 돈을 선택한 결과 어떻게 시간과 돈이 흘러갔는지 볼 때 나도 그런 적이 있지, 라고 마음속으로 읊조린다.
그에게 아프리카에서의 경험은 결코 즐겁지도 기쁨으로 가득하지도 않다. 하지만 떠날 때 그가 깨달은 것은 더 좋다란 말이다. 이 말은 그 후 많은 도움을 준다. 남미에서 만나게 되는 풍경은 역사와 관련된 곳이 많다. 그것과 더불어 그의 사유가 글 전면에 나오기 시작한다. 점과 선, 도와 분노 등은 마지막에 맞이한 강도와 함께 더 깊은 곳으로 나아간다. 가끔 상대에 대해 폭력으로 거절하고 했던 그가 이제 총을 던 강도 앞에 너무나도 무력하게 무너진 것이다. 이때도 더 좋다는 말로 자신을 추스르고 나아간다.
너무 솔직한 여행서라 놀랐다. 희망이나 낭만이나 화려함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물론 이것은 그가 이번에 경험한 대륙이 아프리카와 남미인 탓도 있을 것이다. 한정된 시간과 비용으로 돌다보니 볼 것에 집중하는데 나름 충실한 여행이다. 예전에 친구와 짧은 일정으로 정말 빡세게 돈 경험이 있어 안다. 휴양이 목적이 아니라면 최대한 많은 곳을 돌면서 보고 느끼고 생각하고 경험해야 한다. 그렇기에 그가 여행과 관광은 다르다고 한 것이다. 각 장마다 다른 주제를 다루었지만 혼자 떠나는 여행이 더 많은 것을 경험하고 배울 수 있다는 점에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폭력으로 위기 상황을 넘어간 그를 보면서 과연 보통 사람들이 적절한 순간에 이것을 이용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섣부르게 시도했다가 더 큰 폭력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배낭여행의 환상을 살짝 지우는 점도 있지만 다시 가벼운 가방 하나 들고 떠나고 싶게 만드는 힘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