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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 ㅣ 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 1
이시다 이라 지음, 김성기 옮김 / 황금가지 / 2006년 12월
평점 :
절판
한창 일본드라마에 빠져 있었을 때 이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드라마를 보았다. 그 당시는 원작이 있을 것이라곤 생각도 못했다. 이 책이 출간되면서 그 드라마의 원작소설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워낙 이 드라마를 재미있게 보았기에 원작소설이 번역되어 나왔지만 쉽게 손이 가질 않았다. 드라마의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작에 대한 욕구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몇 권을 구입하였지만 미뤄두고 있었다. 이제 이 시리즈의 첫 권을 시작한다.
몇 년이 흘러가면서 드라마의 세부적인 내용이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조금씩 기억하는 내용을 짜깁기하면 이 소설에 나오는 단편들이 드라마 속에 녹아 있는 것 같다. 가장 큰 미스터리는 표제작이고, 그 사이에 다른 작품들이 들어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소설은 드라마로 표현할 수 없는 더 깊고 어두운 이야기가 나온다. 좀더 직설적이고 잔인하고 현실적인 모습이다. 그래서인지 드라마와는 다른 재미가 있다.
모두 네 편의 연작 단편소설이 들어있다. 표제작 <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는 주인공이자 화자인 마코토의 첫 활약이 펼쳐진다. 드라마에서 기본 미스터리가 되는 줄거리가 이 단편에선 중요한 소재다. 마코토를 둘러싼 환경과 I.W.G.P의 권력 지도와 그 지역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과 삶의 모습이 사실적으로 그려진다. 그리고 앞으로 펼쳐질 다양한 사건을 해결할 그의 동료들이 한 명씩 모습을 드러낸다. 드라마의 이미지가 깨어짐과 동시에 그 이미지들이 다시 머릿속에서 살아 움직인다.
<익사이터블 보이>는 전작에서 해결사 모습을 보여주었던 마코토가 본격적으로 해결사 역을 맡게 되는 작품이다. 묘한 힘의 균형 속에서 야쿠자 보스의 딸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이 의뢰를 통해 그는 과거 동창들을 만나고, 자신의 능력을 한층 더 발전시킨다. 이번 소설에서 현실의 야쿠자가 얼마나 무시무시한 존재인지 드러난다. 그가 발을 담군 세계가 아직 그 세계는 아니지만 그 경계를 그가 걷고 있음을 알려준다.
<오아시스의 연인>을 읽으면서 역시 드라마가 생각났다. 전작에서 새롭게 사귄 친구들과 함께 한 이란인을 보호하는 작전을 펼친다. 그 이란인을 보호해달라고 한 것은 그의 동창이자 매춘녀이자 이란인의 애인이다. 그녀가 마약하는 것을 화내고, 딜러의 마약을 불 태워 생명이 위태로워진 것이다. 어떤 방법으로 이 난관을 해결하고, 그를 보호할까 의문이었는데 예상외로 간단한 방법이다. 하지만 그 방법을 실행으로 옮기기는 쉽지 않다. 해결사 마코토의 능력이 더욱 돋보이지만 예상하지 못한 결말은 살짝 입가에 미소 짓게 한다.
마지막 <션샤인 거리의 내전>은 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에서 그가 어떤 존재인지 가장 잘 보여준 단편이다. 새롭게 등장한 조직과 구 조직의 내전을 해결하는 그의 모습이나 첫사랑은 재미와 즐거움을 준다. 가장 많은 분량이다. 마코토의 친구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마지막 장면은 장관이다. 하지만 그 대결 속에 담긴 수많은 사연들과 아이들의 모습은 씁쓸하다. 한창 부모의 보호 아래에서 즐겁고 재미있게 살아야 할 그들이 손에 칼을 들고 적에게 달려가는 모습은 가슴 아리고 비참한 현실이다.
현재 이 시리즈로 번역된 것은 모두 여섯 권이다. 단숨에 읽을까도 생각했다. 하지만 아껴두고 싶다. 변하는 마코토의 모습도 있을 것이고, 어느 순간 실패도 하지 않을까 하고 짐작도 해본다. 매력적인 인물들이 많이 등장하고, 이케부쿠로로 대변되는 지역 속에 이 시대 젊은이의 삶이 잘 그려져 있다. 추리적인 재미만 따진다면 좀 약하다. 결과를 쉽게 예측할 수 있다고 해야 할까. 반면에 캐릭터가 주는 재미는 아주 크다. 개인적으로 이런 종류의 소설을 좋아하는데 다시 드라마를 보고 싶게 만든다. 드라마 속에서 원작이 어떻게 녹아있는지 확인하고 싶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