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사와 스릴러의 환상적인 결합이란 광고 문구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좋아하는 장르인 스릴러와 늘 부족함을 느끼는 과학사가 만났다니 그냥 지나갈 수 없다. 그런데 표지 위에 에듀픽션 시리즈란 단어가 보인다. 교육과 소설이 만나 하나의 장르로 발전한 것이다. 이 책의 공동 저자 두 사람이 작가와 수학 교수인 것도 이것과 무관하지 않다. 쉽지 않은 두 분야의 결합이 개인적으로 약간의 아쉬움은 있지만 대체로 만족스럽다. 소설로 만나는 과학의 모든 것이란 광오한 문구가 보인다. 이 얇은(?) 책 한 권에 과학의 모든 것을 담는 것이 가능할까? 그 답은 불가능이다. 하지만 저자들이 다루고 있는 과학자들과 그들의 이론들은 현재 우리의 한계 속에서 가장 빛나는 존재다. 너무나도 익숙한 이름과 이론이 있는가 하면 조금은 낯설지만 그에 대한 설명을 듣다 보면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덕분에 현대 과학의 흐름을 조금 더 이해하게 된다. 소설의 구성은 간단하다. 세계 각국의 박물관이나 기념관 등에서 과학자와 관련된 물건에 이상이 생긴다. 한두 번이면 우연일 수 있지만 그것이 자꾸 반복되면 필연이다. 이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한쌍의 남녀가 팀을 이룬다. 미모의 비밀요원 홀리아와 땅콩 매니아자 천재 과학자인 보스코가 그들이다. 그들은 이상이 생긴 곳들을 방문한다. 사라졌다 다시 나타나거나 귀중한 원본의 복사본이 또 하나 더 있다거나 현대 과학으로 불가능한 일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다. 이 과정에서 컴퓨터 천재인 A의 도움을 받아 그 물건들과 관련된 과학자에 대한 간략하지만 함축적인 설명을 듣는다. 사건이 발생하고, 그 현장을 방문하고, 정보를 수집하고, 과학자에 대한 설명이 이어지는 과정이 반복된다. 이 흐름 속에 누가? 왜? 어떻게? 라는 의문이 생긴다. 과학사에서 유명한 인물들의 유물이 사라지는 순서가 단순히 하나의 시간 순이 아니다. 처음엔 힘과 운동의 개념과 관련되어 있고, 다음은 에너지와 관련된 물건이다. 이렇게 과학의 분야별로 사건이 발생하고, 그것과 관련된 과학자들 설명이 나온다. 이 반복 속에서 과학의 흐름을 배우게 된다. 더불어 과학자에 대한 요약된 지식과 간략한 인물평과 몇 가지 소문 등도 같이 얻게 된다. 그리고 A가 만들어내는 간단한 수수께끼는 단순히 흐름만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그 모험의 참여자로 만드는 매력을 지닌다. 주인공들처럼 몇 초만에 그 문제의 답을 발견하지는 못하지만 차분히 생각하면 그 답이 보일 정도다. 하지만 이 간단한 문제가 나중에 아주 중요한 단서가 된다. 과학자와 과학이론을 배우면서 미스터리를 즐기다 보면 어느새 마지막 장에 도달하게 된다. 그 결말은 사실 그렇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 과학의 미래를 알려주려는 것인지 모르지만 너무 비약한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또 보스코가 보여준 마지막 반응은 왠지 모르게 예전에 본 허영만의 만화 속 주인공을 떠올려준다. 모든 것을 알기보다 알아내는 즐거움을 포기하지 않기 때문이다. 과학에서 시작하여 SF로 흘러가는 순간 다시 지적 호기심이란 과학 본연의 자세로 돌아온 것이다. 과학을 다루고 있지만 사건의 발생과 해결되는 과정이 전혀 과학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 수많은 과학 정보를 얻는 즐거움이 가득하지만 강한 긴장감을 불러오지 않는 것도 약간 아쉽다. ‘누가, 왜, 어떻게’에 대한 답을 얻지만 현재의 나로서는 충분히 이해되거나 논리적이지가 않다. 수천 년 인류의 위대한 비밀과 발견과 모험에 어쩌면 만족해야 할 지 모르겠다. 그 실체를 완전히 받아들일 때까지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