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도둑놀이
퍼 페터슨 지음, 손화수 옮김 / 가쎄(GASSE)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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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노년을 시골에서 보내기 위해 한적한 별장을 구입했다. 그곳에서 살던 그에게 우연히 들려온 목소리와 하나의 만남은 그를 과거 속으로 끌고 들어간다. 1948년 7월 초순이다. 그 당시 유일한 친구였던 욘은 그에게 말 도둑놀이를 제안한다. 그것은 말을 훔치는 것이 아니라 도둑처럼 말은 타고 달리는 놀이다. 이 놀이가 그의 삶을 바꿔놓은 것은 아니다. 그 놀이 이후 일어난 욘의 반응과 욘의 집에 일어난 비극이 변화의 시발점이다. 

욘의 집에 일어난 비극은 총기 사고다. 뛰어난 사냥꾼이었던 욘은 토끼 사냥을 마친 후 잡은 토끼를 들고 집으로 돌아온다. 그가 돌봐야 하는 쌍둥이 동생이 보이지 않는다. 총을 놓아둔 채 밖으로 나간다. 쌍둥이는 지하실에서 놀고 있었다. 집으로 올라온 그들이 총을 보고 장난을 친다. 그런데 총에 총알이 장전되어 있다. 한 발은 다른 곳을 맞추었지만 다른 한 발은 심장을 맞추었다. 즉사다. 이 비극은 욘과 그 가족을 뒤흔들어놓는다. 표면적으로 큰 변화가 없는 것 같지만 욘은 집을 떠나고, 남은 쌍둥이는 평생 낙인처럼 이것을 가슴에 찍고 산다.

작가가 만약 욘 가족에 이야기를 집중했다면 한 우발적 사고로 인한 가족의 붕괴와 해체를 다루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과거의 사고 하나로 처리하면서 지나간다. 그 사건을 더 깊이 파고들지 않는다. 화자가 그 가해자도 피해자도 아니기 때문이다. 현실적이다. 그러면서 그가 파고든 것은 화자와 아버지와 욘의 어머니다. 이 관계 속에서 열다섯 소년은 자신의 미래에 큰 변화를 맞이하고 과거가 파괴되는 그 시점을 만나게 된다. 

3년 전 아내를 사고로 잃고 홀로 살아남은 나는 조용한 별장에서 낡은 집을 수리하면서 여생을 보내려고 한다. 그런데 과거 속으로 그를 데리고 간 그 남자가 바로 욘의 쌍둥이 동생 라스다. 보통의 작가라면 라스의 과거와 현재 속으로 파고들어 이야기를 만들어내었을 것이다. 하지만 작가는 둘 모두 과거를 알지만 약간은 무덤덤하게 지나간다. 왜 그런 것일까? 의문이 생긴다. 두 사람 인생에서 아주 큰 전화기였을 순간인데 말이다. 어쩌면 그들이 처음으로 만난 밤에 있었던 대화 속에 실마리가 있는지도 모른다. 엄마와 같이 살면서 사슴을 괴롭히던 개를 총으로 쏘았던 그의 경험담 말이다.

이야기는 현실과 과거를 오가면서 진행된다. 현실에선 과거의 회상 순간과 현실의 삶을 그려내고, 과거는 그 모든 것이 변하고 파괴되기 전의 상황을 보여준다. 소년이 한 사람의 일꾼으로 남자로 성장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육체의 힘겨움을 견디면서 일을 하고, 아이디어를 내놓아 일을 무난하게 풀어낸다. 이런 과거는 이제 육체적으로 쇠락한 현실의 그와 비교된다. 하지만 아픔을 견디고 이겨내는 내면의 힘은 과거로부터 시작하여 현재까지 이어져온다. 

이 소설의 매력은 바로 그의 성장과 노년의 모습이 함께 엮여가면서 진행되는 것이다. 현재의 나는 과거의 무수한 나의 결합들의 결과물이다. 그리고 작가는 삶에서 우리가 호기심을 가지고 알고 싶어하지만 결코 알지 못했던 것을 그대로 묻어둔 채 나아간다. 그것이 삶이자 현실이다. 마지막 문장에서 표현된 그의 결정이 현재의 나와 이어진다. 이 묘한 상호작용은 머릿속에서 수많은 생각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정확한 이유나 답을 내놓지 않은 의문들에 대한 답도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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