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럼 아일랜드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5-1 존 코리 시리즈 1
넬슨 드밀 지음, 서계인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낯선 작가다. 하지만 <장군의 딸> 작가라면 예전에 본 영화가 생각난다. 집에 찾아보면 책도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옛날에는 영화로 만들어진 소설에 대해 관심이 없었다. 영화로 핵심 줄거리를 보았기에 책 볼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은 조금 변했다. 영화보다 원작이 더 궁금하다. 원작을 뛰어넘은 영화를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원작 소설이 있는 영화를 요즘은 멀리한다. 원작의 재미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왜 이런 이야기를 하냐고? 이 소설을 영화로 만든다면 할리우드 공식이 거의 들어있어 큰 힘이 들지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

존 코리 시리즈의 첫 권이다. 매력적인 주인공들을 시리즈로 만드는 것은 언제나 환영이다. 그런데 이번 주인공 마초맨이다. 물에 빠지면 입만 둥둥 떠다닐 것 같고, 자신의 남성 매력을 널리 알리지 못해 환장했다. 미국식 유머가 넘쳐나고, 자신 외에 다른 섹시남이 나타나면 경쟁심을 불태운다. 사건을 조사하면서 만난 멋진 여자형사를 은근히 유혹하고, 경쟁자를 밀어내려고 한다. 그렇다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잊고 있을 정도로 멍청한 형사는 아니다.

그가 사건에 휘말리게 된 것은 롱아일랜드에 있는 삼촌의 집에서 휴양 중일 때다. 그를 노린 저격사건으로 몸에 총상을 입은 후 쉬고 있었는데 그 마을 보안관이 살인사건 컨설턴트로 그를 고용한 것이다. 몸이 아직 정상이 아니라 거절하려고 했는데 피살자들이 아는 고든 부부다. 그들은 플럼 아일랜드에서 바이러스 등을 연구하는 과학자 부부다. 친구 부부가 죽었다는 사실과 그들이 근무한 플럼 아일랜드를 둘러싼 온갖 소문들이 그를 사건에 깊이 관여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들이 연구했던 작업 때문에 FBI나 CIA 등이 개입한다. 만약 이 부부가 돈을 위해 탄저균이나 에볼라 바이러스 등을 판매하려다 사살되었다면 화학무기가 미국을 덮칠 수 있기 때문이다.

소설의 초반은 코리의 개성 넘치는 행동과 특징을 보여주면서 플럼 아일랜드를 소개하는데 공을 들인다. 만약에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은 연구소 방문과 조사와 그 부부의 생활을 통해 지워내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이것은 형사 코리의 추론과 결론이고, 정부와 다른 조직들은 혹시나 하는 위험을 계속해서 조사하고 가능성을 검토 중이다. 이것을 보면서 권력을 가진 자들의 속성과 도둑이 제 발 저린다는 말의 의미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이 부분은 조금 지루했다. 아마 코리의 경쟁심과 질투와 유머가 없었다면 속도가 더뎠을 것이다.

하나의 가능성이 사라졌다면 새로운 가설을 세워야 한다. 우연히 아이디어가 번쩍였다. 그것은 보물찾기다. 고든 부부의 씀씀이와 카드 내역이나 전화 통화 기록을 보면서 범인에 대한 단서를 좇던 중 생겼다. 정부 요원들이 테러의 가능성을 좇을 때 코리는 새로운 가설을 세운 것이다. 그 가설은 사실 황당해 보인다. 이미 많은 보물사냥꾼들이 도전한 것이 때문이다. 작가는 고든 부부의 친구 관계와 옆집 노부부의 증언을 통해 하나씩 차근차근 조사를 해나간다. 그런데 그에게 사건 컨설팅을 의뢰한 보안관 맥스가 그 권한을 없애버린다. 공식적인 권한이 없다고 조사를 멈춘다면 주인공도 근성 있는 뉴욕형사도 아니다. 

잘 읽힌다. 700쪽에 가깝지만 속도감 있게 나아간다. 코리는 대단히 마초맨 같지만 순정은 있다. 의심이 나면 계속해서 파고들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면 주저 없이 행동으로 옮긴다. 이런 특징은 소설 마지막 부분에 크게 발휘되는데 이 부분을 보면서 할리우드 영화로 만들면 많은 호응을 얻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태풍이 몰려올 때 모터보터를 타고 펼치는 대결은 긴장감과 스릴감을 높여준다. 그리고 비교적 빨리 밝혀지는 진실은 반전은 약하지만 다른 반전을 기대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이 부분은 혹시나 하는 기대가 만들어낸 것이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것은 작가가 풀어내는 블랙유머의 재미를 온전히 다 누리지 못한 것이다. 몇 곳에선 저절로 웃음을 터트렸지만 어디선가는 그냥 밋밋했다. 문화의 차인가? 시리즈 다음 작품이 기대되며 다른 시리즈인 <장군의 딸>도 소설로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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