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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백 ㅣ 모중석 스릴러 클럽 21
할런 코벤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09년 11월
평점 :
“당신은 그를 죽일 의도가 없었다.”란 문장으로 시작한다. 스무 살의 맷 헌터는 맞고 있던 친구를 구하기 위해 공포로 휘감겨 있던 몸을 움직인다. 그러다 한 청년의 목을 잡고 스러진다. 그 청년 스티븐 맥그래스는 죽는다. 의도는 없었다. 하지만 한 청년이 죽었다. 이 때문에 그는 감옥에 들어간다. 4년. 긴 세월이라곤 할 수 없지만 그를 변화시키기엔 충분한 시간이다.
출소 후 9년이 지나갔다. 그는 사랑하는 올리비아와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결혼 후 그토록 원했던 임신도 했다. 이런 그에게 한 통의 전화가 온다. 그 전화 속에 담긴 동영상은 그의 삶을 완전히 뒤흔들어 놓는다. 그것은 사랑하는 아내가 백금 색 가발을 쓰고, 다른 남자와 호텔에 있는 것이다. 출장 간다고 떠난 그녀가 말이다. 그녀에게 휴대폰 연결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 불안감이 자라난다. 그리고 그를 몰래 뒤따르는 차 한 대가 있다. 이 정보들을 가지고 사설탐정 싱글에게 조사를 의뢰한다.
이 이야기 앞에 한 소녀가 스트리퍼 키미를 찾아온다. 자신의 친엄마 캔디스 포터를 찾아서 온 것이다. 그녀의 죽음을 확인하고, 엄마와 친했던 키미에게 살인자를 찾고 싶다는 의지를 전한다. 하지만 그의 존재는 어디에도 없다. 소녀는 그녀에게서 한 장의 사진을 받는다. 엄마 사진이다. 소녀는 떠나고, 키미는 죽은 친구의 무덤을 찾는다. 과연 이 장면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짧게 나온 이 장면은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의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에식스 카운티 강력반 형사, 로렌 뮤즈에게 검사는 하나의 사건을 맡긴다. 그녀가 다녔던 세인트 마가렛 고등학교의 교사이자 수녀였던 메리 로즈에 대한 과거를 조사하란 것이다. 그 학교는 결코 그녀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지 못했다. 그 학교의 교장은 죽은 메리 로즈 수녀의 심폐소생술 과정에 가슴확대수술용 실리콘을 발견한다. 수녀원에 들어올 때 정보와 다름을 알고 검사를 통해 정보를 얻고자한 것이다. 그런데 실리콘 속에 있던 정보가 다른 조직원을 불러오게 만든다. 자연사로 생각했던 죽음은 타살로 변경되고, 그 이면에 숨겨진 사연을 좇는다.
어떻게 보면 별개의 이야기처럼 보인다. 죽은 스트리퍼 엄마와 바람을 피는 것 같은 아내와 과거가 수상한 수녀는 어떤 연관성이 있는 것일까? 아내가 의심스런 맷의 혼란과 추적은 사설탐정의 도움으로 하나씩 비밀이 벗겨진다. 실리콘을 가슴에 담고 있던 수녀의 정체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업체의 방해로 지지부진하다. 어느 순간 맷의 혼란은 조작된 영상에서 비롯한 것임을 깨닫게 되고, 로렌의 조사를 방해하는 조직은 이제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하나씩 사실이 밝혀지고, 그 과정에 한 명씩 사람이 죽어나간다. 사건은 더 복잡해지고 전과자였던 맷에 대한 의심은 점점 커진다.
관계없을 것 같은 이야기를 엮으면서 반전에 반전을 만들어낸다. 한 번의 실수가 만들어낸 비극이 그를 신뢰할 수 없는 사람으로 만든다. 전과자에 대한 사회 인식이 어떤지 알 수 있다. 하나의 동영상과 수녀의 죽음을 둘러싼 비밀이 밝혀지면서 손에서 책을 떼기가 힘들어진다. 과거로부터 현재로 달려온 비극과 사실은 결코 그들을 쉽게 놓아두지 않는다. 정교한 작업을 통해 전체 이야기가 맞물려 돌아가고, 사실이 하나씩 드러나면서 그 작업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할런 코벤의 다른 작품처럼 이 소설의 주인공은 평범한 사람이다. 비록 전과자이고, 감옥에서 몇 가지 기술을 배웠다곤 하지만 평범한 일상을 살아간다. 그런 그를 중심으로 사건이 소용돌이친다. 맷의 죄의식, 가족, 사랑, 상실, 신뢰, 우정, 용서, 용기 등이 함께 어우러져 있다. 전체 윤곽을 파악하려고 했지만 그 정교함을 사전에 알기는 무리다. 단지 하나의 사실만 쉽게 추측할 수 있다.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이전에 본 작품의 영향으로 대충 반전을 예상할 수 있지만 그것은 일차원적이다. 다른 반전이 그 뒤에 숨겨져 있다. 역시 코벤이다. 속도와 재미와 반전이 결코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