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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숙제
다니엘 페낙 지음, 신미경 옮김 / 문학동네 / 200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 이상은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고 느꼈을 것이다. 자고 일어난 후 어른이 된 자신을 발견하는 상상을 하였을 것이다. 이런 바람을 담은 영화도 만들어졌고, 꽤 흥행도 한 것으로 기억한다. 이런 상상에 작가는 한 가지 더 보태어 소설을 만들어 내었다. 나는 어른으로, 부모님은 아이로 변한 후의 생활이다.
시작은 삼십 년 동안 불어선생으로 가족에 대한 글짓기를 시켜온 크래스탱 선생의 작문 숙제로부터다. 자신의 수업시간 자신을 공격하는 만화를 그린 소년을 벌하는 과정에 한 명이 아닌 세 소년이 자신이 그린 것이라 주장하면서 어른과 바뀐 자신들의 생활을 글로 적어내라는 숙제를 낸다. 이 숙제를 한 세 소년은 황당한 상황에 부딪히는데 그것이 바로 숙제대로 아이들은 어른이 되고, 부모님들은 아이로 변한 것이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갑자기 변한 환경에 쉽게 적응하지 못한다. 특히 아이들이 어른이 되는 경우 더욱 힘들다. 어른이 되면 모두 다 할 수 있을 것처럼 생각하지만 그 성장과정에서 배우게 되는 수많은 것들을 건너뛰면서 생기는 문제도 많다. 몸은 성장하였지만 정신연령이 아직 아이라면 냉혹하고 복잡한 현실에 적응하기는 더욱 어려울 것이다. 작가는 이런 재미난 상황에 각 가정의 어려움과 문제들을 드러내면서 어른과 아이들의 사이를 재미나게 풀어낸다.
작가가 단순히 재미난 상황과 설정으로 이야기를 끌고 나갔다면 쉽고 빠르게 읽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지 않을 것이다. 초반에 약간은 집중력이 흐려져 고생을 하기도 하였지만 자신도 모르게 어른으로 커버린 아이들의 행동을 보면서 아직 그들이 순수함을 잃지 않았음에 다행으로 생각한다. 예기하지 못한 상황에 당황하는 모습을 보면서 웃음을 짓지만 그 속에 드러난 여러 문제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다니엘 페낙의 소설을 겨우 몇 권밖에 읽지 않았지만 즐겁고 유쾌하다. 상황을 설정하고, 문제를 만들고, 그것을 풀어가는 과정들이 즐겁기 때문이다. 누구나 생각한 일이지만 그 속에 안주하지 않고 새롭게 이야기를 만들고 살을 붙이면서 자신을 돌아보게 만든다. 이미 어른이 되어버린 나에게 선택이 주어진다면 아마 아이로 돌아가고 싶지 않을까 한다. 왜냐고? 책임과 삶의 무게를 짊어지고 살지 않고 자신 마음대로 풀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물론 이것도 어른인 나만의 착각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