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예수
앤 라이스 지음, 이미선 옮김 / 비채 / 200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알렉산드리아에서 7살의 예수가 싸운 아이를 향해 쓰러져라! 고 외친 후 그 아이가 죽는다. 하지만 얼마 후 그 아이가 살아나길 바라면서 그 아이는 다시 살아난다. 이런 경이적인 일로 시작하여 1년간의 행적을 담고 있는 이 소설이 나에겐 안타까움을 준다. 미국 최고의 판타지 작가 중 한 명인 그녀가 흡혈귀나 마녀 등을 버리고 신의 품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앤 라이스를 생각하면 뱀파이어 레스타가 먼저 떠오른다. 영화로 유명한 ‘뱀파이어와의 인터뷰’에서 톰 크루즈가 연기한 그 매력적인 흡혈귀 말이다. 그녀의 작품에 빠지게 만든 것도 역시 ‘뱀파이어 레스타’였다. 영화로 보고 책으로 읽은 ‘뱀파이어와의 인터뷰’보다 훨씬 재미있었고, 이후 나온 시리즈는 나를 완전히 사로잡았다. 다른 시리즈인 메이페어 마녀시리즈도 역시 명불허전이라는 느낌을 주었고 그녀의 신간이 나오길 엄청 기다렸다. 하지만 그 시리즈들은 중단되었고 기다림은 지쳐갔다. 그러다 서점에서 본 앤 라이스의 신간이 예수에 대한 책이라니! 종교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나에게 이것은 엄청난 안타까움이었다. 그렇다고 이 책에 손이 가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  

 

 요 근래 엄청나게 많은 팩션이 쏟아져 나오고 꽤 많은 책을 읽었다. 예수라는 존재에 대한 끊임없는 책들이 나오는 와중에 인간 예수나 카톨릭에 대한 음모론 등의 흥미로운 소재들이 관심을 끌었다. 어느 순간 반종교적이 된 나에게 이런 책들은 좋은 흥미꺼리였다. 하지만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책들이라 흥미 이상의 것을 주는 것은 무리였다. 체계적인 독서가 아니라 얻은 것도 많지 않지만 반기독교적 성향에 많은 영향을 준 것은 틀림없다. 이런 시기에 약간 편향된 시각을 가지고 있는 이 시점에 만난 이 소설이 재미있게 읽힐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앤 라이스라면 조금은 기대해도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역시 그녀의 문장과 생생하게 살려낸 그 시대의 풍경과 생활은 멋졌다. 허나 책에 대한 집중력과 재미까지는 보장해 주지 못했다.  

 

 저자 후기를 보면서 그녀가 얼마나 많은 서적을 읽고 연구를 했는지 알게 되었다. 무신론자들의 황당한 주장에 대한 그녀의 반론에 가끔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 모든 사고와 독서의 기반은 그녀의 신앙심이다. 기독교 신자에 앤 라이스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즐겁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나 같은 무신론자가 읽기에는 약간 거부감이 생긴다. 차라리 저자 후기가 더 흥미로웠다고 해야 하나? 그녀의 영감과 신앙심과 오랜 조사 끝에 나온 이 소설이 탁월한 능력에 의해 그 시대를 그려내고 있지만 이미 정해진 결론에 의해 흥미가 반감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비록 기독교와 예수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문장과 의미로 가득하다해도 말이다. 다시 뱀파이어 시리즈로 돌아올 가능성이 없기에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더욱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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