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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추럴 셀렉션
데이브 프리드먼 지음, 김윤택 외 옮김 / 지성사 / 2009년 8월
평점 :
학창시절 생물학 시간에 배운 것과 짧은 영어를 살짝 떠올려보면 ‘자연선택’이란 의미다. 구체적인 것이야 잘 기억하지 못하지만 진화의 단계로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왜 작가는 이런 용어를 sf스릴러 같은 소설에 적용했을까? 그것은 바로 이 소설의 악역이자 또 다른 주인공인 악마가오리의 등장과 관련이 있다.
사실 상상만으로 그 깊이가 짐작되지 않는 심해에서 살던 가오리들이 GDV-4라는 바이러스를 피해 달아나고, 생존하기 위한 한 방편으로 새로운 도전을 한다. 새로운 환경에 도전하고, 적응하고, 진화하는데 이 과정이 상당히 빠르다. 물론 이것은 소설적 장치에 의해 가속화된 점도 있다. 하지만 이런 생물이 실제 존재한다면 어떨까? 작가는 바로 이 점에 눈길을 주었고, 우리가 흔히 장난을 치면서 “아싸! 가오리.”를 외치던 그 가오리를 포식자로 내세웠다. 그 가오리의 능력은 놀랍고 무시무시하고 영리하기까지 하다.
이야기의 첫 부분은 조금 더디다. 살짝 긴장감을 주는 장면이 보이지만 사건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이후 새로운 종이 나타났을 수도 있다는 사실에 쥐가오리를 연구하던 팀이 추적을 시작하게 된다. 그들이 바로 이 소설에서 악마가오리로 불릴 가오리와 대결하는 제이슨 연구팀이다. 이 팀이 처음 만들어진 것은 인터넷으로 부를 이루었지만 상류사회에 편입되지 못한 졸부 해리 애커먼의 해양수족관 ‘만타 월드’의 쥐가오리가 급사하면서였다. 큰돈을 벌어줄 것으로 생각한 쥐가오리가 수족관 안에서 죽으면서 경영상 어려움이 닥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리슨 팀이 계속 연구 중이었다. 약간 늘어져 있던 그들에게 이 새로운 종의 가능성은 처음엔 귀찮은 일 중 하나였다. 하지만 그 흔적을 좇아가면서 발견하게 되는 사실들은 긴장감을 주고, 공포를 느끼게 할 정도다. 이제 본격적인 조사와 추적과 대결이 펼쳐진다.
악마가오리를 좇는 해리슨 팀이 하나의 중심축을 이룬다면 악마가오리의 행동은 또 다른 축을 만든다. 이 무리가 날아다니는 갈매기를 보고 날려는 노력을 하고, 가오리 특성 상 빠른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하지만 다른 바다생물들을 사냥하는 장면을 보면 이 가오리들이 얼마나 무서운 생명체로 진화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수많은 가오리들 중 수십 마리가 하늘을 날게 되고, 그 중 하나가 자유롭게 하늘을 날게 되면서 이제 그들의 사냥터는 바다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육지로까지 발전하게 된다. 하지만 정말로 이들이 무서운 것은 본능에 의한 사냥이 아니라 자신들의 엄청난 능력을 바탕으로 조사하고 분석하는 등의 지적활동을 펼치는 점이다. 사냥꾼이어야 할 해리슨 팀이 어느 순간 사냥감으로 변하게 되는 것도 이런 능력 때문이다.
작가는 단순히 악마가오리와 해리슨 팀의 대결로만 이야기를 끌고 가지 않는다. 자신이 배운 생물학과 과학 지식을 바탕으로 다양한 이론을 보여주고, 새로운 사실을 알려주고, 놀라운 가설을 세운다. 이런 정보들이 어느 순간은 지루하게 다가오기도 하지만 뒤로 가면서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앞으로 펼쳐질 사건을 예감하게 만들고, 긴장감을 준다. 기존에도 새로운 바다생물이 등장하여 인간과 사투를 펼쳤지만 이번엔 다르다. 더욱 영리하고, 강하다. 하늘을 날 수 있고, 상어보다 강한 턱과 이빨을 가지고 있다. 생각까지 하면서 사냥을 한다. 학습능력도 아주 뛰어나다. 소설 속 대사처럼 만약 이런 생물체가 심해에서 나와 적응하여 하늘을 덮는다면 어떨까? 히치콕의 영화 <새>를 능가하는 공포가 펼쳐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