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켈리그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1
데이비드 알몬드 지음, 김연수 옮김 / 비룡소 / 2002년 1월
평점 :
절판


작가에겐 미안한 이야기지만 가끔 번역 소설에선 낯선 작가보다 번역자에게 더 눈길이 가는 경우가 있다.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몇 분의 번역가는 출판사의 광고에 어느 정도 신뢰감을 준다. 뭐 이것이 반드시 맞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실패 확률은 적다. 이 소설이 획득한 휘트브레드 상이나 카네기 상에 대해 내가 잘 모를 경우 더 번역자를 믿는다. 가끔 이렇게 시작한 인연이 문학상이나 작가에 대한 믿음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빈번하다.  

 

 청소년 소설이다 보니 술술 읽힌다. 어려운 문장이나 내용이 없다. 한 소년의 성장을 다루었는데 그 속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미지의 존재와 새로운 동료가 자신에게 드리워진 어둠을 물리친다는 구조인데 모험소설처럼 읽히는 대목도 있다. 켜켜이 쌓아 놓은 짐들 사이에서 발견한 미지의 존재와 그를 구하기 위한 주인공 마이클과 미나의 행동은 아이들이 주변에서 가장 쉽게 펼칠 수 있는 모험이다. 사실 오래된 집이나 커다란 창고는 환상과 모험을 위한 최적의 장소가 되기도 한다.  

 

 

 마이클 집은 근심 걱정이 있다. 바로 마이클의 여동생이 아픈 것이다. 아기의 아픔은 가족에게 그림자를 드리우고 새롭게 이사한 집의 상황은 결코 유쾌하지 않다. 차 두 대를 주차할 수 있는 차고는 전 주인의 짐으로 가득하다. 바로 이 공간에서 마이클은 신비한 존재 스켈리그를 만난다. 환차처럼 힘없이 벽에 기대어 있는 그를. 거미줄과 청파리와 회색 먼지로 가득한 그를. 이 만남은 뒤에 만날 새로운 친구 미나와 더불어 소설의 큰 줄기이자 핵심이다.  

 

 미나는 특이한 아이다. 학교에 다니지 않고 엄마에게 교육 받는다.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를 외우고, 새들을 관찰하고 연구하는 소녀다. 옆집에서 살고 인사하고 지내던 중 미나가 자신의 비밀 장소를 알려주면서 둘은 스켈리그의 비밀을 공유하게 된다. 역자도 지적했지만 미나가 새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들 중 많은 곳이 스켈리그와 연관성이 있다. 미나는 마이클에게 좋은 친구이자 모험의 동료이고 비밀 공유자이며 새로운 세상을 알려주는 나침반이다.  

 

 스켈리는 어떤 존재일까? 단순히 생각하면 그는 천사다. 하지만 작가는 천사라고 단정 짖지 않는다. 그가 보여주는 능력이 우리가 생각하는 천사와 다르다. 중국 음식을 신의 맛이라 칭찬하고, 청파리나 부엉이가 가져다주는 음식을 먹는 그와 천사를 같이 생각하는 것이 조금 균형이 맞지 않는다. 그래도 그가 천사가 아닐까 생각하고 싶은 마음이다. 또 그는 마이클의 마음과 연결된 존재다. 마이클이 가장 힘들 때 그는 다 죽어가는 상태로 발견된다. 미나와 그를 옮기고, 그에게 음식을 가져다주고 희망을 가져다주지만 결국 그것은 자신의 불안을 참지 못하기 때문이다.   

 

 멋진 한 구절이 있다. “가끔 우리는 세상 모든 일을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게 마련이야. 하지만 그렇지 않아. 우리는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이해하고 그 이상은 상상하는 법을 배워야해.”(219쪽) 여기서 스켈리그는 이해할 수 없는 존재다. 그는 다만 상상 속에서 존재한다. 우린 자주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내면보다 외부에서 찾는 경우가 많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외부에서 누군가가 도와주길 바란다. 그런 의미에서 스켈리그는 마이클의 내면이 외부에 투사한 이미지일 수도 있다. 너무 많이 나갔나? 읽는 순간 내내 재미있었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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