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의 관람차 살림 펀픽션 2
기노시타 한타 지음, 김소영 옮김 / 살림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악몽 시리즈 세 번째 작품이다. 지난번에 읽은 <악몽의 엘리베이터>에서 밀폐된 공간에서 펼쳐진 놀라운 이야기가 즐거움을 주었다. 그래서 이번 소설을 선택하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한정된 공간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와 장면들이 만들어내는 폭소와 스릴은 이 작가의 큰 특징이자 매력이다. 차분히 앉아 천천히 읽고 싶었는데 어느 순간 마지막에 도달한다. 그 속도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너무 빨라 조금씩 아껴 읽고 싶기도 하다.  

 

 전작에서 엘리베이터가 무대였다면 이번엔 관람차다. 그것도 보통 크기가 아닌 높이 112.5미터, 직경 100미터의 엄청난 크기의 관람차다. 쉽게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 이 관람차가 최고 높이에 도달했을 때 멈추고, 유괴범인 다이지로가 폭탄을 시험적으로 터트리며 평범하고 즐거워야 할 놀이기구가 악몽의 공간으로 바뀐다. 그리고 네 대의 관람차 속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 속에 담긴 비밀은 이 소설의 재미이자 반전을 품고 있다.  

 

 이야기는 일주일 전 야쿠자 다이지로가 무면허의사 니나를 찾아오고, 그가 돈을 빼앗아온 채무자가 큰 칼로 협박하면서 시작한다. 다이지로는 니나에게 이 상황을 무사히 넘기면 데이트를 하자고 요청한다. 칼을 든 채무자를 마술의 한 동작으로 기절시키고 그녀와 약속을 잡는다. 하지만 이 단순하고 조그마한 사건이 다음에 이어질 거대한 인질극의 시작일 것이라곤 생각하지도 못했다. 그리고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면서 거대한 계획이 펼쳐진다.  

 

 많은 사람들이 타는 관람차지만 다루어지는 곳은 네 곳이다. 17호에는 아내와 아들과 딸을 데리고 온 고소공포증이 있는 겐지 가족이, 18호엔 모든 것을 계획한 다이지로와 니나가, 19호엔 전설적인 소매치기 긴지와 그의 제자가 되고 싶은 사람이, 마지막엔 이별청부업자인 여자가 타고 있다. 처음엔 이들 관람차의 상황이 묘사되고, 평범한 이야기로 이어진다. 하지만 폭탄이 터지면서 상황은 급변하게 된다. 각자 다른 생각을 품고 이 상황에 대처하는 것이다.  

 

17호 가족은 사실 이 소설에서 가장 매력적이다. 남편이 아내를 약간 떨어진다고 평가하는데 이것은 뒤로 가면서 밝혀지는 사실을 보면 누가 그 집안에서 가장 사차원인가 알려주면서 웃음을 유발한다. 특히 큰딸 유카의 대사와 행동은 읽는 내내 웃음을 터트리게 만들었다. 그 아이의 괴팍하고 촌철살인 같은 대사와 반응은 아내 아사코의 숨겨진 비밀과 더불어 이 소설에서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다. 남편 겐지의 어리숙하고 가장으로서의 자세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18호를 탄 두 남녀는 이 모든 소동의 중심이다. 니나의 아버지는 유명한 성형외과를 가지고 있고, 10년 전 의료사고를 낸 적이 있다. 이때 의대를 다니던 딸 니나는 의사란 자격증을 포기하고 집을 나온다. 그런데 10년이 지난 후 그녀를 납치한 후 아버지에게 6억 엔이란 거액을 요구하는 인질극이 발생한 것이다. 주어진 시간은 얼마 없다. 만약 돈이 마련되지 않으면 그녀뿐만 아니라 함께 탄 모든 관람차 승객이 폭탄의 희생자가 될 수 있다. 단순히 6억 엔이 목적이었을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일까? 작가는 이 속에 또 다른 사연을 담고, 트릭을 만들고, 멋지게 상황을 연출한다.  

 

 19호의 소매치기 긴지는 전설적인 실력을 가지고 있다. 얼치기 같은 한 남자가 그에게 소매치기 실력을 배우려고 한다. 이 둘의 이야기는 양념처럼 가미된 정도로 보인다. 하지만 중반에 펼쳐지는 상황은 또 다른 이야기를 위한 장치가 된다. 그리고 이어지는 회상에서 왜 이런 상황이 펼쳐졌는지, 그들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알려준다. 마지막 남은 20호의 여자는 7년 사귄 남자에게 차인 후 멋지게 복수를 하고, 이때부터 자신의 숨겨진 재능을 이용해 이별청부업이란 직업에 뛰어든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녀에게 이별청부를 하고 멋지게 성공한다. 그녀가 이 관람차를 타게 된 것도 바로 겐지 부부를 이별시키기 위한 것이다. 과연 어떻게 될까?  

 

 각자 다른 사연을 가진 듯한 사람들이 탄 관람차의 풍경에서 시작한다. 과거로 돌아가 이 놀라운 인질극이 왜 벌어졌는지 밝혀준다. 이미 전작에서 연관성이 없는 것 같은 사람들이 멋지게 연결되고 기발한 반전이 펼쳐진 것을 기억하기에 어느 정도는 예상했다. 하지만 빨리 밝혀낸 사실과 더불어 마지막까지 숨겨놓은 반전과 사실은 지난번처럼 나를 멋지게 속여 넘겼다. 그리고 곳곳에 터져 나오는 웃음은 이 악몽 같은 상황에 여유를 준다. 또 인질극을 펼치면서 몸값을 받게 되는 경우 어떻게 받을 지와 어떻게 잡히지 않고 달아날지가 관심의 대상이 된다. 웃음과 반전과 탈출극이 만들어내는 종합 선물 세트 같은 이 소설 아주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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