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향기 - 어떤 기이한 음모 이야기
게르하르트 J. 레켈 지음, 김라합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진한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읽기 시작했다. 커피에 대한 예찬으로 문을 열고, 9일간의 이야기로 풀어나간다. 그 9일간 보여주는 것은 커피에 대한 예찬이고, 첫 날 발생한 250명이 중독된 사건은 이를 위한 하나의 초석이다. 책을 읽는 동안이나 읽은 후 좋은 커피에 대한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읽는 중에 앞에 놓여있는 커피가 왠지 부족하고 내가 먹는 커피에 대한 불만이 괜스레 생긴다.  

 

 부제인 어떤 기이한 음모 이야기라는 것에 큰 신경을 쓰지 않았다. 책을 읽고 난 지금 이 ‘기이한’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조금은 알게 되었다. 왜냐고? 그것은 책을 읽기 전에 설명하기 힘든 부분이고 이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두 요소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커피다. 400페이지 가까운 분량을 커피에 대한 예찬으로 채워놓고, 커피와 얽힌 이야기로 생명을 불어넣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커피를 하나의 문화 이상으로 그려내었는데 그것이 음모와 맞닿아 있는 것이다. 결과를 보고 나면 약간 허전한 느낌과 힘이 빠지는 부분이 생기지만 그 결말까지의 과정은 신나고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나는 하루에 두 잔 정도의 커피를 마신다. 이전보다 많이 줄었기도 하고, 어느 순간보다는 많이 늘어난 분량이다. 요즘 생활에서 커피를 뺀다면 아마 많은 부분이 허전할 것이다. 약간의 중독 증세가 있다고 해도 무리가 없다. 피곤하거나 정신이 멍할 때 진한 한 잔의 블랙커피는 좋은 각성제 역할을 한다. 속이 허할 때 우유와 설탕을 넣고 먹다보면 그 달콤한 맛에 취해 다른 일에 집중하는 것이 쉬워진다. 이런 커피의 이야기가 이 속에 나온다. 주인공인 커피 로스터 브리오니는 자신이 직접 배합한 커피를 마시고 하나의 종교처럼 숭배한다. 그가 보여주는 수많은 이야기는 모두 커피와 관련이 있고, 그가 쫓는 음모도 또한 커피와 관련된 것이다. 물론 중독자의 모습은 섬뜩함을 느끼게 하기도 한다.  

 

 250명이 커피를 마시다 중독되지만 그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말하는 테러리스트도, 돈을 요구하는 범인도 이 소설엔 보이지 않는다. 결말에 가면서 밝혀지는 사실들을 보면 기이한 음모라는 부제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 9일간의 여정이 음모를 밝혀내지만 그 음모에 대한 정확한 실체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아니 작가가 커피에 대한 예찬을 위해 음모 이야기를 빌려 표현했다고 생각하는 것이 더 바른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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