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레소시지 - 27일 간의 달콤한 거짓말 풀빛 청소년 문학 6
우베 팀 지음, 김지선 옮김 / 풀빛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음식은 문화이자 추억이다. 지금도 기억하는 가장 맛있는 핫도그는 국민학교 시절 학교 앞에서 팔던 것이다. 좋지 않는 기름에 소시지는 조금 들어있고 밀가루도 많지 않던 그 핫도그가 지금도 그립다. 가끔 시내에 나가 노점상에서 파는 핫도그를 사먹으면 늘 부족함이 느껴진다. 그 맛이 아니다. 엄밀하게 따지면 지금 것이 더 맛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 때보다 풍족하고 더 맛있는 음식이 많은 현실에서 그 맛은 과거의 것을 결코 넘을 수 없다.   

 

 왠 핫도그 타령이냐고? 이 소설의 모티브가 되는 카레소시지가 한 여성의 가장 아름다웠던 시간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하나의 음식을 통해 한 여성의 아름다운 추억으로 빠져 들어가고, 그 시대의 풍경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2차 대전의 말기 독일 패망 바로 전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던 브뤼커 아주머니에게 우연히 찾아온 행복과 사랑을  이야기한다. 부제로 나오는 27일간의 달콤한 거짓말이란 제목처럼 이 속엔 결코 버릴 수도 포기할 수도 없는 사랑이 거짓말로 이어진다. 아슬아슬하고 조마조마한 사랑 이야기 말이다.  

 

 시작은 카레소시지를 처음 만든 브뤼커 아주머니를 기억하는 화자가 어떻게 만들게 되었는지 그 이유를 알고 싶은 것에서 비롯한다. 어린 시절 그는 카레소시지를 즐겨 먹었다. 하지만 무슨 음식이던지 길거리에서 시작한 경우 그 정확한 유래를 알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그는 기억한다. 브뤼커 아주머니가 노점에서 만들어 팔 든 것을 말이다. 기억을 좇아 이제는 노구에 눈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브뤼커 아주머니를 찾아온다. 그가 기억하는 최초의 카레소시지 발명자에게. 그리고 묻는다. 어떻게 이 음식을 만들게 되었는지 하고. 그렇지만 그녀는 카레소시지가 아닌 그 요리가 탄생하기 전 가장 찬란하게 빛났던 시기부터 이야기한다. 그것은 바로 그녀보다 20살 정도 어린 탈영병 브레머와의 만남이다.  

 

 처음에 브레머도 탈영할 마음이 없었을 것이다. 우연히 영화관에서 그녀와 함께 방공호로 대피하고, 그녀의 집으로 오면서 눌러 앉게 되었다. 해군으로 복무하던 그가 전세가 불리해지자 대전차병으로 차출된 것이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에 불리한 전황이 그를 이전까지 생각지도 못한 탈영병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브뤼커 아주머니와 함께 동거하면서 그녀가 가져다주는 음식으로 남들이 살이 빠질 때 살이 찌는 행운을 누린다. 외형적 평온함 이면엔 언제 탈영병으로 잡혀 총살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늘 자리 잡고 있다.  

 

 브레머의 불안은 탈영병으로 잡혀가는 것이다. 히틀러가 죽고 연합군에게 이미 항복하고 이제 무사히 돌아다닐 수 있는 현실을 그가 알고 집밖으로 나가 떠나는 것이 브뤼커 아주머니의 불안이다. 브레머가 창밖으로 사람들의 일상을 훔쳐보지만 그 모습은 피상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녀에게 라디오를 듣기 위해 진공관을 구해 달라, 신문을 가져다 달라고 말한다. 하지만 사실이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하는 그녀가 제대로 된 정보를 줄 리가 없다. 이 두 불안감의 조화와 충돌 속에서 서로가 탐닉하고 빠져들고 위로하면서 시간은 흘러간다. 

  

 

 화자가 궁금한 것은 이런 사랑이야기가 아니다. 어떻게 카레소시지가 만들어졌는지 하는 것뿐이다. 그 비밀을 쥐고 있는 브뤼커 아주머니는 추억을 회상하는 즐거움과 그 기쁨을 남에게 알려주는 행복을 멈추지 않는다. 이 과정 속에 패망 전후의 독일 사회 풍경과 사람들의 삶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이런 환경이 그들의 사랑을 더욱 강하게 결합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작가는 이 환경 속에서 생동하는 사회와 사람들을 보여주고, 또 다른 우연의 산물인 카레소시지의 탄생을 알려준다. 사실 이 부분에선 큰 의미도 감동도 없다. 단지 맛있는 음식이 만들어졌다는 것 정도다. 하지만 에필로그처럼 다루어진 이야기 속에서 이 카레소시지가 단순히 맛있는 음식이 아닌 한 사람의 입맛을 돌려놓고, 한 여자의 가장 찬란한 시간임을 알려주면서 감동과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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