렛미인 1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10
욘 아이비데 린드크비스트 지음, 최세희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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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물이 아니었다면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앤 라이스의 뱀파이어 연대기에 푹 빠졌고, 최고의 작품으로 치고 있다. 그런데 이 소설에 대한 홍보나 평을 보니 독창적이란 것과 앤 라이스의 작품과 비교한 글들이 눈에 들어왔다. 12살 소년과 소녀가 주인공이라니 <뱀파이어와의 인터뷰>에 나오는 소녀가 떠오르기도 했다. 약간은 큰 기대 없이 읽었지만 어느 순간 빠져들었다. 독창적이란 평에 동의를 한다. 단순한 뱀파이어 호러물이나 액션물이 아닌 그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속으로 들어간다.   

 

 주인공 오스카르는 열두 살에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는 존재다. 그곳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상점에서 도둑질을 하고, 나무를 상대방으로 상상하면서 칼질을 하면서 푼다. 취미로 신문에 나온 연쇄살인범들의 기사를 스크랩한다. 강한 상대에게 나약한 존재이자 가슴속에서 삐뚤어진 환상이 자라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아직 어린 아이다. 작가는 이 사실을 잊지 않고 계속 상기시켜준다. 그리고 뱀파이어인 엘리와의 만남을 통해 조금씩 성장하게 만든다.  

 

 엘리는 참 매력적이면서 불쌍한 존재다. 오스카르와의 키스를 통해 과거의 기억 중 단편이 흘러나오지만 그녀가 어떻게 뱀파이어가 되었고 200년 이상의 시간을 살아왔는지 정확히 알려주지 않는다. 현재 그녀는 나약한 외피 속에 강한 흡혈의 욕구와 누구보다 강한 힘이 숨겨져 있다. 동시에 피를 마셔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현실에 고민도 가지지만 생존의 충동을 이겨낼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그녀가 오스카르와의 우정 혹은 사랑을 통해 보여주는 절제와 인내는 본능을 넘어선 것이다.  

 

 그 외 엘리를 위해 살인을 하고 피를 모아오는 소아성애자 호칸이나 10대의 방황 속에 살아가는 톰미나 알코올 중독에 빠져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라케의 모습은 그들의 존재와 주변 사람들의 삶을 같이 비추어주면서 시대의 어둠을 그려낸다. 생존이 아닌 자신의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 살인을 하는 호칸은 인간이 지닌 욕망이 얼마나 추악한 것인지 여실히 보여준다. 물론 그것도 본능에 의한 충동이라고 한다면 다른 문제가 될 수는 있다. 그리고 라케를 중심으로 모였다 흩어지는 사람들은 복지국가 스웨덴의 또 다른 일면을 보여준다. 최소한의 생존을 나라에서 돌봐주니 그들의 삶이 퇴보를 하는 것이다. 강력한 복지정책의 부작용 중 하나다. 하지만 당장 실직을 하면 앞날이 깜깜해지고, 일가족이 함께 자살의 길을 가는 우리 현실을 생각하면 부럽기만 하다.  

 

소설에서 눈길이 가는 것이 두 개 있다. 일단 하나는 엘리가 죽은 사람의 피를 마시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른 뱀파이어물에서 가끔은 생존을 위해 동물들의 피를 마시는 것을 생각하면 약간은 어색하다. 이것이 아마도 엘리 등의 생존을 위한 살인을 강하게 부각시켜주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읽다가 어떤 때는 왜 혈액은행 등의 수혈된 피를 마시지 않을까 하는 의문에 잠기기도 했다. 다른 것은 소설 속에 나오는 아이들 대부분이 결손 가정이란 것이다. 물론 아닌 가정이 더 많을 수 있겠지만 오스카르나 톰미나 욘니 등의 중심인물들이 모두 그렇다. 이것이 그 시대의 현실인지 아니면 소설 장치를 위한 설정인지 궁금하다.  

 

 첫 부분을 읽으면서 분위기에 몰입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낯선 지명과 이름들뿐만 아니라 열두 살 어린이가 주인공이란 점이 선입견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 속도가 붙기 시작하고, 다음 이야기가 궁금했다. 엘리와 그녀를 통해 감염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오면서 단순한 소년과 소녀의 사랑에 붙어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만이 아닌 인간이란 존재와 삶이란 것을 생각하게 되고, 사랑의 의미도 되새겨보게 된다. 특히 엘리가 “들어가도 돼”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들은 후 들어가는 장면에선 아직 자신이 지닌 인간성을 포기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비록 피에 대한 갈증과 생존 욕구에 굴복하기는 하지만 말이다. 다음 이야기도 있다면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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