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리 데이즈 우먼스 머더 클럽
제임스 패터슨 지음, 이영아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오랜만에 여성살인클럽 시리즈를 읽었다. 이 시리즈의 첫 권과 두 번째는 다른 출판사에서 나왔다. 처음엔 조금 아쉬웠지만 다음 권에서 발전된 모습을 보여줘 그 다음 이야기가 궁금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더 이상의 발전이 이루어진 것 같지는 않다. 그의 특징이자 강점인 영상 이미지 구성이나 빠르게 읽히는 매력은 변함없지만 인물의 내면을 깊이 파고들거나 치밀한 구성으로 감탄을 자아낼 정도는 아니다. 단지 독자를 끌어당기는 흡입력 있는 구성과 문장이 그 힘을 발휘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시간만 허락하면 단숨에 읽을 수 있을 정도로 빠르게 읽힌다. 그리고 재미있다.  

 

 이번엔 적의 규모를 많이 키웠다. 한 명씩 사람을 죽이는 연쇄살인범이 아니라 한꺼번에 수많은 사람을 죽이려는 테러리스트가 그 적이다. 처음에 그들의 주장을 보여주는 장면에서 세계화가 이룬 현실의 어두운 측면을 부각시켜 의외란 느낌을 주었다. 패터슨이 이 주제와 소재를 과연 어떤 식으로 풀어낼지 호기심을 자극했다. 민중의 적으로 규정한 사람들의 과거와 현재 행적들이 비록 그 수단의 과격함과 부적당에도 불구하고 분노를 자아내었고 약간은 고개를 끄덕이는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이 소설은 스릴러다. 작가는 단지 이 소재를 장르의 문법 속에 녹여내었을 뿐이다. 더 깊이 있게 다루지도 않고, 피상적인 인용과 단어들의 나열로 딱 그곳에서 멈췄다. 아쉬운 대목이자 어쩔 수 없는 상업 작가의 한계가 아닌가 생각한다.  

 

 처음부터 화려한 폭발로 문을 연다. 린지 박서 부서장이 친구 질과 조깅을 하는데 한 집이 폭발한다. 그 현장에 뛰어들어 한 소년을 구해 나온다. 주변을 둘러보다보니 이 상황이 너무나도 테러와 유사하다. 차분하면서도 정확하게 주변을 살핀다. 이상한 가방이 보인다. 사람들에게 경고를 하고, 전문가들이 가방을 연다. 그 속엔 이 사건을 만들어낸 ‘오거스트 스파이스’ 조직의 경고문이 들어있다. 자신들의 요구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다음 사건이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때만 해도 그렇게 심각한 사건으로 발전할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다. 며칠이 지난 후 의료보험업계의 거물이 독극물에 죽는 사건이 발생하고,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G-8 회의 개최 취소를 명령하면서 다른 영역으로 들어가게 된다. 이제 사건은 한 지역의 연쇄살인범은 비교도 할 수 없는 전쟁에 준하는 사태로 접어든 것이다.   

 

 경찰을 비롯한 국가 공권력과 테러리스트의 대립이란 구조 속에서 이야기는 진행된다. 빠르게 읽히지만 긴장감은 사실 많지 않다. 빠른 장면 전환과 등장인물들의 심리 상태를 깊이 있게 다루지 않고, 테러리스트들이 너무 피상적으로 드러나면서 아쉬움을 준다. 그리고 전반에 펼쳐 놓은 사건과 복선들이 뒤로 가면서 너무 빨리, 너무 쉽게 해결되는 것도 긴장감이 떨어지는 이유 중 하나다. 아주 빠르게 읽히는 속도도 물론 한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하다.  

 

 여성살인클럽이란 시리즈처럼 이 소설 속 각 분야의 전문가 네 명은 강한 유대감과 각자의 역할로 사건을 풀어내는 단서들을 제공한다. 검시관 클레어를 제외하면 이 클럽은 각자의 이익을 위한 최상의 조합이기도 하다. 단순한 이익만을 위해 모였다면 삭막하겠지만 그들의 강한 우정으로 엮여 있다. 그들 중 한 명이 사라지고 발견되었을 때 보여준 모습을 보면 잘 드러난다. 그런데 이들이 화면 위에 움직이는 배우처럼 보이고 한 명의 개성 강한 사람처럼은 보이지 않는다. 알렉스 크로스 시리즈에 비해 아쉬운 점이 바로 이 부분이다. 물론 이것은 알렉스 크로스 시리즈를 먼저 읽었기에 그럴 수도 있다. 

  

 

 이번 소설보다 시리즈 다음 이야기가 더 재미있다고 한다. 머리가 무겁고, 즐겁고 빠르고 재미있게 읽고 싶은 마음이 생길 때 정말 적당한 책이다. 속도감과 단순한 재미가 주는 매력이 이 시리즈를 계속 읽게 한다. 아직까지는 작가에게 질린 것은 아닌 모양이다. 언제 시드니 셀던 처럼 손을 놓게 될지는 모르지만 현재는 이 시리즈를 모두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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