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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퇴마사 ㅣ 펠릭스 캐스터 1
마이크 캐리 지음, 김양희 옮김 / 노블마인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펠릭스 캐스터 시리즈의 첫 권이다. 현재 모두 네 권까지 나왔다고 한다. 이 소설을 읽고 난 후 먼저 생각난 것은 다음 이야기가 어떻게 펼쳐질까 하는 것이다. 앞부분에서 기존에 가지고 있던 퇴마사의 이미지가 작용하여 그에게 몰입하는 데 약간 지장이 있었다면 후반으로 넘어가면서 작가가 만들어낸 캐릭터와 이야기가 흡입력을 가지고 사람을 강하게 끌어당긴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다음에 펼쳐질 수많은 이야기들이 벌써 궁금해지게 만든다.
펠릭스는 퇴마사다. 기존 <퇴마록>이나 일본 소설이나 만화 등에서 가지고 있던 퇴마사를 생각하면 그의 모습은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 강한 능력을 가지고 악마나 유령과 싸우기보다 틴 휘슬을 불면서 구속된 유령을 풀어주거나 악마 등을 물리치는 정도다. 그러니 여기서 다른 퇴마사가 보여주는 휘황찬란한 능력이나 대단한 액션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작가는 매력적이고 인간적인 퇴마사를 등장시켜 서서히 감정을 이입시키고, 단순한 퇴마 이야기를 넘어 미스터리로까지 이어지게 만든다.
펠릭스는 퇴마사였지만 잠정적으로 은퇴한 상태였다. 돈이 부족하여 마술사 아르바이트를 한다. 그런데 아이 생일 파티에서 순간 욱해서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한다. 결국 돈도 받지 못하고 쫓겨난다. 집주인 펜에게 줄 돈이 부족하고 우연히 걸려온 전화를 받는다. 이 전화 한 통으로 그는 다시 현역으로 복귀하게 된다. 처음엔 쉽고 단순한 작업일 줄 알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드러나는 사실들은 단순한 작업이 아니다. 그의 친구 몸속에 살고 있는 악마가 말한 것처럼 목숨을 걸어야 하는 무시무시한 사건이고 가슴 아픈 사실이 숨겨져 있다.
소설은 재미난 설정과 등장인물들로 가득하다. 먼저 유령이나 좀비나 늑대인간 등이 일상적으로 거리를 돌아다니고 있다. 더 재미난 부분은 이들의 등장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반응이다. 처음에 공포에 질렸지만 점차 공존하면서 살아가는데 인간이 환경의 동물임을 보여준다. 그리고 작가는 왜 이런 이상한 현상이 벌어졌는지 알려주지 않는다. 뭐 현재는 별로 궁금하지 않은데 그 이유를 다른 이야기에 말한다고 하니 끝까지 가서 그 이유를 알고 싶다.
등장인물들 중 눈길이 가는 사람은 역시 집주인 펜과 그녀의 연인인 라피와 좀비로 변한 해커 니키다. 아직 이들이 큰 역할을 차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펠릭스를 중심으로 강한 유대감과 존재감을 드러낸다. 펜은 펠릭스의 짝사랑이자 든든한 우군이고, 라피는 그가 퇴마사를 그만 두게 만들만큼 강한 아쉬움을 남겨준 악마와 결합한 상태지만 다음 이야기에서 큰 역할을 할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그리고 라피에 공존하는 악마의 예언이 피하고 싶던 퇴마사의 삶 속으로 다시 걸어가게 만들었다. 좀비가 된 니키는 행동과 대사들이 눈길을 끈다. 죽은 그가 좀비로 살아 움직이면서 아직도 경찰이나 다른 존재를 두려워하는데 약간의 유머와 아이러니함을 준다.
설정과 등장인물들이 강한 인상을 준다면 그 바닥에 깔려 있는 이야기는 가슴 아프다. 이것은 현대 자본주의 문화가 만들어낸 어둠이자 현실이다. 유령이나 좀비 등의 판타지에서 미스터리로 변하게 만드는 원인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강한 집착을 보이거나 아쉬움이나 그리움을 가슴에 품고 살아간다. 이런 것들이 유령 등이 한 자리에 묶여 있게 만들고 그곳을 돌아다니게 한다. 만약 그들의 바라는 바를 이룬다면 그곳을 벗어나 다른 곳으로 갈 수 있다. 악령이 아니라면 좋은 곳이 될 것이다. 바로 이것이 퇴마사가 하는 일이다. 물론 몇몇은 이것을 악용하기도 한다. 이것을 보면 유령보다 무서운 것이 사람임을 알 수 있다. 이 소설의 바탕에는 이런 사실이 깔려 있다.
어떻게 보면 허황된 이야기일 수도 있다. 현재보다 몇 년 전 시간을 배경으로 쓴 소설임을 생각하면 약간은 의아하다. 왜 가까운 미래가 아닐까 하고 말이다. 하지만 이런 설정은 판타지에 현실성을 덧붙여 주는 동시에 판타지임을 생각하게 만든다. 현실이 상상보다 더 참혹하고 비정상적인 오늘날을 생각하면 유령이나 좀비나 늑대인간은 사소한 문제일 뿐이다. 그러니 이들의 공존이 사람들에게 부드럽게 받아들여진 것이다. 그렇다고 그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마저 모두 비현실적인 것은 아니다. 단지 배경만 그렇다. 펠릭스가 하는 일은 산 자들을 위한 것도 있지만 산 자들에 맞서 죽은 자들을 보호해 주는 역할이다. 그래서인지 판타지 속에서 일어난 사건이 현실 속 사건보다 더 가슴 아프고 사실적으로 다가온다. 다음 이야기가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