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벽돌 무당집 1 - 공포의 방문객
양국일.양국명 지음 / 청어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귀신 이야기는 언제나 매혹적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목뒤가 서늘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런 경험이 귀신 이야기를 더욱 무섭고 빠져들게 만든다. 현재 과학이나 이성이 귀신의 존재를 부정하고 있지만 끊임없이 귀신은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어두운 밤 돌아가면서 하는 귀신 이야기는 비명을 자아내지만 멈출 수 없는 재미를 준다. 비명은 귀신 이야기를 더하게 만드는 동력이 되고, 그 비명을 먹고 또 다른 귀신이야기가 태어난다.   

 

 사실 귀신 이야기는 뻔하다. 원한을 품은 귀신이 사람을 괴롭히고, 사람은 귀신에 쓰여 자신을 잊고 공포 때문에 현실에서 달아난다. 이런 공포는 대부분 귀신이란 존재가 가지고 있는 능력보다 인간 자신이 가지고 있던 상상력과 공포에서 비롯한 것들이다. 그래서인지 귀신이 등장하는 수많은 영화나 소설들에서 귀신 자체가 물리력을 발휘하는 경우보다 사람을 통해서나 사람 그 자체가 공포를 만들어낸다.   

 

 두 쌍둥이 작가는 귀신이란 뻔한 소재를 잘 요리해 내었다. 사랑 이야기가 진부한 소재지만 감독에 따라 얼마나 멋지고 아름답고 가슴 아프게 표현되었지 이미 수많은 영화를 통해 확인하지 않았던가! 물론 소설을 통해서도 그렇다. 그런 의미에서 이 형제는 귀신이란 소재를 현실과 환상으로 엮고, 미스터리를 그 바닥에 깔아서 멋지고 무서운 집을 만들어내었다. 비록 곳곳에 진부하고 낯익은 장면들이 나오긴 하지만 이 장면들이 뒤에 나올 이야기의 바탕이 된다. 그런 점에서 이 형제의 재능은 뛰어나다. 평범하고 낯익은 장면과 구성으로 사람들을 익숙하게 만들어 놓고 마지막 장면에서 숨겨진 비밀을 펼쳐 보여주는 것이다.  

 

 이야기는 한 소녀 오정아가 눈을 뜨면서부터다. 그리고 호러동호회 일원인 강우민과 오정아의 동생 진규의 이야기가 교차하면서 진행된다. 강우민은 회원으로부터 구도서관에서 발생한 무섭고도 기이한 사연에 이끌리고, 진규는 갑자기 변한 누나의 모습에 의문을 가진다. 우민은 몇 차례 흉가나 귀신이 출몰하는 곳을 다녀온 적 있지만 한 번도 귀신을 만나지 못했다. 그런데 길을 가다 왠 이상한 할머니에게 북쪽으로 가지 말라는 이상한 말을 듣는다. 이런 말은 단순히 기분만 나쁘게 할 뿐 행동 그 자체를 바꿀 정도는 아니다. 그러니 그가 귀신이 출몰하고, 동호회원 친구의 자살 등에 호기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함께 간 짝사랑 은정이가 없었다면 도서관에 흐르는 싸늘한 분위기에 놀라 금방 돌아왔을 것이다. 그놈의 허세가 뭔지!  

 

진규는 식물인간 상태에서 깨어난 누나가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여줘 의문을 갖는다. 이 모습을 분석하는데 기존에 만들어진 만화나 영화 등이 모두 동원된다. 의심은 있지만 확신은 없다. 그런 도중에 누나가 홀로 외출을 한다. 몰래 그녀의 뒤를 미행한다. 하지만 금방 탄로 난다. 그녀를 둘러싸는 벌어지는 알 수 없는 현상과 그의 눈에 보이기 시작하는 귀신의 모습은 스멀스멀 공포를 심어준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그 현상이나 귀신의 존재가 아닌 기존에 지식들이 이런 공포를 더욱 부채질한다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공포감은 조용하면서도 조금씩 자라난다. 하지만 이 공포가 마지막에 크게 자라지 못하고 중간에 힘을 잃는다. 그 자리를 대신하여 미스터리가 힘차게 치고 들어온다. 그리고 마지막 반전은 이미 다른 소설에서 만난 것이지만 흥미롭다. 작가의 치밀한 구성과 단어 선택이 돋보이는 장면들이다. 이 작품의 주인공들이 어디까지 성장하고 등장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새로운 공포와 미스터리를 만나고 싶다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