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네 씨, 농담하지 마세요
장폴 뒤부아 지음, 김민정 옮김 / 밝은세상 / 2006년 4월
평점 :
품절


 

방송국 PD인 타네 씨에게 돌아가신 동성애자 숙부가 거대한 저택을 유산으로 남겨준다. 어릴 때 본 웅장한 저택의 기억에 유산을 받지만 그것은 앞으로 벌어질 수많은 일들에 대한 시작일 뿐이다. 크고 웅장한 저택은 오랫동안 관리가 되지 않아 대대적인 수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수리업자들을 불러 견적을 내지만 엄청난 금액이 나오면서 그는 변칙적인 수단을 사용한다. 그것은 인력시장, 즉 불법 노동자들이 우글대는 후미진 곳을 찾아 비용을 낮추려고 것이다. 여기서 대부분 독자들은 앞으로 벌어질 수많은 어려움을 예상할 수 있다.  

 

 첫 번째 지붕공사를 위해 불러온 두 남자는 일은 관심이 없고 집에서 기르는 개 6마리를 일터에 풀어놓는다. 일에 대한 지식도 기능도 없는 이들은 끝내 엄청난 일을 저지르고 휴가를 내어 집을 수선하고자 하는 타네 씨를 깊은 수렁으로 밀어 넣는다. 이후 나타나는 수많은 공사장의 작업부들은 이런저런 일들로 타네 씨를 괴롭힌다. 독실한 신자인 러시아 전기배선공이나 돌아서면 앞에 주의준 실수를 되풀이하는 보일러공, 라디에이터 색칠을 거부하는 전직 예술가 도장공 등 이 소설엔 재미있고 유쾌하지만 집주인에겐 악몽 같은 인물들로 가득하다.  

 

 많지 않은 분량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지속적으로 그려내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공사를 묘사하면서 짧게 출연시키며 독자로 하여금 그 황당한 인물들의 늪에 계속 빠져있게 하지 않는다. 일을 제대로 하지 않고, 실수만 하는 인물이 있는 반면에 타네 씨를 감동으로 빠트리는 인물도 있다. 그는 수도배관공 아랑그 영감이다. 유쾌하고 수도관을 자신의 군대로 생각하는 이 영감이 실수로 용접된 부분이 터져 집주인의 침대를 적셨던 사고는 그를 우울하게 만들고 자존심과 자신감에 상처를 입었다. 타네 씨가 견적서 요구해도 대답하지 않고, 수표를 보내도 사용하지 않은 이 영감님은 극중 집주인에게 가장 큰 즐거움과 기쁨을 준 인물이다. 수많은 괴짜들 중 한명이지만 분명히 매력적인 등장인물이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가끔 만나는 집수리 과정에서 생기는 에피소드나 갈등을 여기에서 약간은 기대하였다. 공포영화 같은 전개가 아니라는 것을 아니까 괴짜들과의 다툼에서 마지막에 벌어질 황당한 상황도 예측하였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하나의 에피소드로 마무리되고 황당한 상황의 판을 키우지는 않는다. 보는 내내 괴짜들과 초짜들의 집수리에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고, 타네 씨가 처한 상황에 동정의 눈길을 보냈다. 만약 내가 집수리를 하는데 이런 인물들을 만난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은 생각만으로 끔찍했다. 

  

 

 안정된 직장과 아름다운 집을 포기하고 새롭게 거대한 집을 상속받아 수리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이 에피소드들의 집합은 재미있다. 작가가 우리가 집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장소를 빌려준다고 하는 대목에선 많은 점을 느꼈다. 부담스럽지 않은 분량과 빠른 진행과 재미있는 내용은 작가에 대한 평가를 너 높아지게 만들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