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로잉 일본 철도 여행>을 리뷰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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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로잉 일본 철도 여행 - 스케치북과 카메라로 기록한 ㅣ 드로잉 여행 1
김혜원 글.그림 / 씨네21북스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스케치북과 카메라로 기록한’이란 단어가 붙어 있다. 말 그대로 작가의 그림과 사진으로 구성되어 있다. 덕분에 간단하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한 달이란 시간 동안 일본을 철도로 돌아다닌 여행 기록이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인데 그녀가 돌아본 곳이 적지 않다. 사전 조사에 많은 공을 들인 티가 확연히 드러난다. 뭐 한 달 동안 JR을 중심으로 돌아다니는 일정을 짠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복잡하고 노선이 많기로 소문난 일본 철도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일본을 철도로 돌아다니면서 자신이 보고 느끼고 듣고 한 것을 기록한 책이다. 기본적으로 작가의 그림이 중심이고, 사진은 보조 자료로 등장한다. 물론 이런 그림을 그리기 위해 작가는 엄청나게 많은 사진을 찍었을 것이다. 간단하게 사진으로 대체해도 충분할 것 같은데 꼼꼼하고 세밀하게 그림으로 그 지역 특산물이나 상징 등을 그렸다. 처음엔 왜 이런 고생을 하나? 하고 생각했지만 뒤로 가면서 이 그림들이 익숙해지고 정겨워졌다. 그리고 그림으로 자신을 등장시킴으로서 여행지를 읽고 본다는 느낌보다 나도 같이 돌아다닌다는 느낌이 더 강하게 다가온다.
다른 여행서와 분명히 차별화 된 것이 그림이라면 솔직한 속내를 드러낸 글들은 다른 여행자들의 우호적인 글들에 비해 더 현실적이다. 물론 이것은 각 개인의 경험에 따라 엄청난 편차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 차이는 각자가 여행지를 돌아다니면서 경험하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때마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이 느낌과 감정은 변할 수 있다. 이 변화가 바로 여행의 재미다. 기대한 것에 실망을 하고, 예상하지 않은 것에서 즐거움과 기쁨을 느끼고, 낯선 곳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 여행이다.
한 달이란 시간 동안 일본 구석구석을 다니다 보니 풍부하고 세부적인 정보는 조금 부족하다. 하지만 만약 누군가가 한 달이란 시간을 이용해 일본을 돌아다니고자 한다면 많은 참조가 될 것 같다. 아니 긴 시간이 아니라 짧게나마 일본을 여행한다고 해도 그 목적지에서 할 수 있거나 보고 싶은 것을 간략하게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한 지역만 다닐 생각이라면 그 지역 전문 서적이 더 도움이 될 것이지만.
책을 읽으면서 가장 놀랐던 것은 여행지의 풍경이나 경험이 아니다. 바로 일본 지명의 낯익음이다. 어지간한 지명은 한두 번쯤 듣거나 본 곳이다. 이것은 내가 읽은 소설과 만화와 드라마나 영화나 애니로 본 것 때문이다. 이 변화가 불과 몇 년 되지 않은 것을 생각하면 나 자신에게 놀란다. 한국 지명보다 더 익숙한 곳도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어떤 지역을 방문하게 되면 작가가 읽거나 본 영화 등의 제목을 말하는데 상당히 많이 보고 읽은 것 같다. 이 기록이 여행 전인지 후인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요즘 여행을 가고 싶은 마음이 강하다. 어딘가로 긴 여행을 가고 싶다. 이런 나의 마음에 조용히 기름을 부어 불을 더욱 키운다. 현실적으로 한 달이란 기간을 여행할 수는 없다. 단지 일주일이라도 마음 편하게 다녀올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아니면 4~5일 이라도. 그 여행이 끝나면 다시 일상이 시작되고, 다시 떠나고 싶은 마음이 생기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얼마 전 일본을 다녀온 후배 부부가 예찬하던 삿포로 클래식보다 다른 맥주가 더 맛있었다니 삿포로에 가서 편의점에서 맥주를 사놓고 모두 맛을 보고 싶다. 술맛을 잘 모르지만 여행에서 취한들 누가 나를 탓할 것인가? 방에서 조용히 잠들 텐데.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여행을 그림과 사진 중심을 구성하여 읽기에 전혀 부담이 없다.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여행을 가고 싶지만 쉽게 발걸음을 옮기지 못하거나 여행서적도 만화로 나오면 좋을 텐데 라고 말하는 사람들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다들 어디로 가고 있나요?
이들에게는 일상인 것이 나에게는 여행이다. (27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