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거 소텔 이야기 1
데이비드 로블레스키 지음, 권상미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소설은 6.25전쟁 중 부산을 배경으로 시작한다. 상당히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깔고 문을 여는데 곧바로 분위기가 바뀐다. 과거의 소텔 가에서 현재의 소텔 가 이야기로 넘어오는데 이 과정이 간결하면서도 의미심장하다. 주인공 에드거의 할아버지가 어떻게 이 농장을 샀으며 개 사육장을 키워왔는지와 그 후손들이 어떻게 가업을 이어왔는지 알 수 있다. 바로 여기에 에드거의 삶의 뿌리와 삶 그 자체가 놓여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에서 엄청난 호평을 받았고, 베스트셀러가 되었다는 글을 먼저 읽었다. 많은 분량이지만 큰 활자를 생각하면 단숨에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이것은 나의 오만이었다. 책은 생각보다 속도가 나지 않았다. 나를 강하게 끌어당기는 힘이 조금 약했다. 일차적인 것은 나의 몸 상태(요즘 계속 이 핑계다)고, 다른 이유는 뛰어난 심리 묘사와 풍경에 대한 놀라운 묘사 때문이다. 이야기 중심이었다면 이런 묘사들이 부수적인 힘을 발휘하겠지만 이 소설은 거의 대등하거나 우세한 속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또 하나. 에드거가 벙어리라 대사처리가 되지 않아 순간 그냥 읽다 보면 에드거의 말인지, 서술인지 헷갈리는 경우가 생긴다. 이런 이유들이 나로 하여금 속도를 내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렇다고 지루하거나 재미없었던 것은 아니다. 예상한 시간보다 길었다는 것뿐이다.  

 

 에드거는 벙어리다. 하지만 귀머거리는 아니다. 귀로 듣고, 손으로 대화를 나눈다. 태어나면서부터 장애가 있었다. 이것이 그가 삶을 살아가는데 장애가 된 것은 아니다. 아니 한 번 있었다. 그의 아버지가 죽기 전 119에 전화를 하는데 소리를 내지 못해 빨리 구급차를 부르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가진 것이다. 그 외 그의 삶은 벙어리란 것 때문에 힘들지 않다. 그리고 그의 곁엔 언제나 영혼의 동반자인 앨먼딘이 있다. 그가 태어난 순간부터 그의 곁을 지켜주고, 함께 살아온 개다. 이렇게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앨먼딘이 책 중반 이후 등장하지 않는다. 이 부분은 사실 읽으면서 조금 아쉬웠다.  

 

 기본적인 구성에서 <햄릿>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다. 역자의 글을 보면 <햄릿> 뿐만 아니라 <정글북>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하는데 아직 읽지 않아 잘 모르겠다. <햄릿>의 현대적 재해석과 한 소년의 성장과 복수를 다루고 있는데 그 과정이 결코 쉽지 않다. 그리고 작가는 이 과정을 빠르게 처리하기보다 에드거의 심리를 깊이 있게 묘사하면서 조심해서 한 발 한 발 내딛는다. 여기에도 개는 항상 곁에 있다. 이때는 앨먼딘이 아닌 새롭게 태어나고, 에드거의 교육을 받은 어린 개들이다. 이 개들이 성장과 성숙이 애드거와 함께 이루어지는데 이 또한 재미있다.  

 

 내 항상 주변에 개가 있었지만 그렇게 사랑하지는 않는다. 소설 속 수많은 매력 중 하나를 꼽으라면 아마도 개를 사육하고, 새로운 종을 만들고, 교육시키는 내용일 것이다. 한 번도 이 분야에 대한 책을 읽은 적이 없다보니 굉장히 신선하고 재미있다. 새롭게 태어난 강아지들이 에드거에겐 모두 달라 보이는데 다른 사람들에겐 비슷해 보인다는 글에선 고개를 끄덕인다. 개들이 에드거와 교감을 나누거나 본능에 휩싸이는 경우 보여주는 행동들은 예측된 길에서 벗어난 이벤트 같은 순간이다.  

 

 900쪽이 넘는 소설이지만 읽고 난 지금 머릿속이 복잡하다. 하나의 흐름을 잡고 전체 이야기를 풀어내고 이해해야 하는데 그 가닥을 정확하게 잡지 못하고 있다. 순간의 느낌이나 감상은 흘러넘치지만 에드거의 행보를 따라 다니면서 보고 느낀 감정들이 정리가 잘 되지 않는다. 특히 마지막으로 오면서 잠시 집중력이 흩어진 것도 있다. 에드거가 만난 두 유령이 실제 만난 것인지 아니면 머릿속에 만들어진 환상인지 살짝 의문이 생기기도 한다. 놀라운 표현력이 곳곳에 나오면서 순간 멈칫거리게 만들기도 했다. 이 점은 굉장히 강점이다. 좀더 문장을 음미하면서 읽었다면 더 재미있게 읽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지금 문득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