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진 저택의 범죄 미타라이 기요시 시리즈
시마다 소지 지음, 한희선 옮김 / 시공사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개인적으로 트릭을 풀어내는데 약하다.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범인을 찾아내는 것은 오랫동안 미스터리 소설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쌓인 공력으로 가끔 범인을 발견한다. 하지만 세부적인 내용으로 들어가면 두 손을 들 수밖에 없다. 게을러서 사건이나 트릭을 하나 하나 분석하고 푸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에 더욱 그렇다. 이런 성격을 생각하면 트릭 중심인 미스터리를 멀리해야 할 텐데 그렇지도 않다. 범인이나 트릭을 찾지 못해도 여전히 좋아한다. 그래서 명탐정 코난을 멀리하지 못하는지도 모르겠다.  

 

 시작은 한 개인이 공을 들여 지은 건물을 말하면서 시작한다. 구미에선 이런 건물이 있지만 일본에선 드물다고 말한다. 이렇게 문을 열면서 살인사건의 배경이 되는 유빙관을 설명한다. 재미있게도 이 저택은 5도 정도 기울어져 있다. 외형만 기울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바닥도 기울어져 있다. 처음 이 저택에 온 사람들이 적응을 못해 가끔 넘어지기도 했다고 한다. 왜 이런 저택을 지었을까? 단순히 돈 많은 부호의 개인적 취미일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일까?  

 

 살인사건이 벌어진 것은 1983년 크리스마스 밤이다. 하마디젤의 회장이자 유빙관의 주인인 하마모토 고자부로의 초대로 사람들이 모였다. 처음 이 저택을 방문한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한두 번 정도 이미 온 경험이 있다. 기울어진 저택에 나름 익숙해진 사람들이다. 그런데 그들이 온 첫 날 밤 기쿠오카베어링 사장의 운전수 우에다 가즈야가 기묘한 모습으로 죽은 채 발견된다. 그가 죽은 방은 안으로 잠긴 밀실이다. 여기서 시마다 소지는 밀실 살인에 도전한다. 밖에서 침입한 흔적이 없고, 밖은 그 누구의 발자국도 없다. 단 하나 이상한 것은 기쿠오카 사장의 비서이자 애인인 구미가 방에서 이상한 남자의 비명과 괴한의 모습을 본 것이다. 그녀의 비명에 고자부로의 딸 에리코가 들어오지만 어떠한 흔적도 발견하지 못한다. 그녀의 설명을 들은 에리코나 다른 사람들은 구미가 꿈을 꾸었다고 말한다.  

 

 이 사건으로 형사들이 파견된다. 형사들은 집 곳곳을 조사하고, 개인들의 알리바이를 묻는다. 특이한 집 구조 때문에 그들의 왕래가 쉽지 않다. 집 구조를 자세하게 설명하는데 사실 이 부분은 조금 지루하다. 어쩌면 중요한 단서가 여기에 있을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하지만 경찰들이 와서 독자들에게 심어준 것은 각 방 어디에도 비밀스럽게 숨겨진 장소나 문이 없다는 사실과 또 다른 살인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밀실살인이 일어나고, 범인은 누굴까? 기묘한 집에서 벌어진 기발한 살인은 호기심을 자극한다.   

 

 <점성술 살인사건>을 먼저 읽은 사람이라면 사실 이 작품이 그보다 조금 못하다고 느낄 것이다. <점성술 살인사건> 자체가 너무나도 유명하고 기발한 트릭으로 충격을 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 잊지 못할 매력을 지닌 탐정을 만나게 된다. 미타라이 기요시다. 이번 소설에서 미타라이는 후반부에 등장한다. 두 번째 살인사건이 벌어지고, 경찰들이 자신들의 능력으로 이 사건을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한 순간 도움을 요청하면서부터다. 그래서인지 미타라이가 지닌 매력이 많이 발휘되지 않는다. 조금 아쉬운 대목이다.   

 

 신본격으로 유명한 그가 최근에야 상을 받았다는 사실은 조금 놀랍다. 이 소설이 나온 것이 1982년인데 시간적 배경은 1983년 크리스마스부터 일주일이다. 고전 미스터리에서 엘러리 퀸이 자주 보여주었던 독자에의 도전이 이번에도 나온다. 이 도전 문구를 볼 때마다 늘 나의 부족함을 느낀다. 이번에도 역시 트릭이나 범인 찾기에 실패다. 하지만 기묘한 저택에서 벌어진 밀실트릭은 역시 뛰어나고 재미있다. 언젠가 나도 이 트릭을 해결할 날이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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