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장조의 살인
몰리 토고브 지음, 이순영 옮김 / 살림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한 남자가 피아노 앞에 앉아있다. 그의 피아노 선생이 건반에서 그의 두 손을 떼어낸다. 그가 재능없음을 말한다. 피아노로 베토벤 소나타를 멋지게 치고 싶어 하는 이 남자가 화자이자 주인공인 프라이스 경위다. 그의 연주 실력이 얼마나 형편없으면 옆집에서 박자에 불만이 있다고 찾아올 정도다. 하지만 그의 음악에 대한 열정과 사랑은 대단하다. 그런 그에게 그 날 밤 한 여자가 찾아와 편지를 전해주고 간다. 그 편지는 바로 로베르트 슈만으로부터 온 것이다.   

 사실 서양 고전 음악가들을 이야기하면 몇몇을 제외하면 거의 모른다. 이름을 알고 있다고 하여도 음악을 듣고 아! 누구! 할 정도로 아는 사람은 또 극히 일부다. 한때 열심히 서양 고전 음악을 듣고, 나만의 음악세계를 구축하려고 했지만 나의 음감이 너무 형편없어 중간에 포기하고 그냥 좋아하고 즐기는 쪽으로 돌아섰다. 그러니 이 소설 속 슈만의 곡들에 대한 지식이 사실은 없다. 다만 그의 유명한 이름을 학창시절 음악시간에 배워 기억하고 있을 뿐이다. 이런 부족한 지식이 이 소설을 읽는데 방해가 되지는 않지만 충분한 재미를 누리는 데 약간 지장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슈만으로부터 온 편지를 받고 프라이스 경위가 찾아가서 듣게 되는 이야기는 조금 황당하다. 슈만은 자신에게 계속 A음이 들린다는 말한다. 주변에 있는 자신을 비롯해서 누구도 그 음을 듣지 못하고 있는데 말이다. 그 시대에 엄청난 호평과 찬사를 받던 천재 음악가가 정신병으로 고생을 하고 있던 것이다. 하지만 작가는 단순히 드러난 사실에 만족하지 않는다. 이 증상에 의문을 던지고, 사건을 만들어낸다. 비록 그것이 사실과 같지 않다고 하여도 읽는 동안은 흥미진진하다.  

소설은 프라이스 경위의 시선을 따라 진행된다. 슈만의 정신병과 그의 과거와 아름다운 아내 클라라를 둘러싼 소문을 배경으로 19세기 독일 뒤셀도르프의 풍경을 그려낸다. 앞으로 새롭게 떠오를 브람스나 이미 그 이름을 떨치는 리스트를 등장시켜 우리에겐 전설처럼 느껴지는 인물들을 우리 곁으로 데리고 온다. 거기에 더해 하나의 살인사건을 등장시켜 미스터리 요소를 만들어낸다. 어떻게 보면 화려한 만찬을 펼쳐 보여준 것이다. 음악, 예술사, 정신의학, 미스터리가 녹여져 있으니 그렇게 표현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 소설에서 미스터리는 사실 모두 읽고 난 지금 불만이다. 사심 없이 생각한다면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이야기지만 결과로부터 그 과정을 만들어낸 느낌을 준다.  

 이 소설 속에서 놀랍고도 관심이 생기는 장면이 있다. 하나는 슈만이 이중인격을 가진 것으로 표현된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한때 그가 동성애자였다는 추측이다. 어디까지가 작가의 창작이고 사실인지 모르겠지만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던 슈만을 새롭게 보게 되었다. 동시에 브람스와 클라라의 연인관계는 앞으로 다른 책이나 정보를 더 찾아보고 싶게 만든다.  

 재미있고 빠르게 읽힌다. 그 시대와 장소를 잘 모르지만 전혀 주저 없이 진도가 나간다. A장조를 둘러싼 비밀은 사실 약간 억지처럼 느껴진다. 또 하나 아쉬운 점은 중요한 조연을 해줘야 할 듯한 인물이 힘없이 사라진 것이다. 후퍼를 미끼로 감옥을 나온 튀링어가 대표적이다. 중요한 단서를 전해주거나 그를 속였다는 문장이 나와야 하는데 보지 못했다. 혹 내가 놓친 것일까? 미스터리 소설로는 조금 힘이 약하지만 19세기 음악가를 등장시킨 소설로는 좀더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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