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여행 1 : 그리움 - KBS 1TV 영상포엠
KBS 1TV 영상포엠 제작팀 지음 / 티앤디플러스 / 2009년 2월
평점 :
품절


 

텔레비전을 잘 보지 않는다. 가끔 개그 프로나 스포츠 방송을 보는 것을 제외하면 그냥 남들과 같이 보는 드라마가 거의 전부다. 아! 정말 가끔 다큐멘터리를 보긴 한다. 그런 경우는 대부분 볼 만한 프로그램이 없을 때다. 하지만 이런 경우 더 몰입을 하면서 다큐를 본다. 자연의 풍경이나 사람들의 삶이 나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이다. 그렇지만 나쁜 습관 때문인지 바쁘다는 핑계 때문인지 끝까지는 잘 보지 않는다. 그래도 순간순간 본 장면들이 강한 인상을 남긴다. 이런 이미지들이 주말 드라마보다 더 다큐를 보게 한다.  

 

 모두 열여섯 곳을 다루고 있다. 개인적으로 제대로 본 곳은 거의 없다. 그냥 스쳐 지난 간 곳조차 몇 곳 없다. 내가 주로 다니는 곳과 방향이 다르거나 갈 마음도 먹지 못한 곳이 태반이다. 목적지에 빨리 도착하기 위해 지나간 곳도 있지만 순간의 스침일 뿐이다. 이런 나쁜 버릇은 해외나 다른 곳을 여행하여도 변함이 없다. 삶에서 어느 순간 여유가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 잠시 숨을 내쉬며 주변으로 고개를 돌리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들여다보고, 풍경에 새겨진 시간들을 생각할 여유가 부족하다. 그럴 때 이런 영상이나 다큐를 만나면 잠시 휴식을 취하게 된다.  

 

 냉정하게 평가하면 이 책은 가슴 깊숙이 파고들지는 않는다. 사진의 구성이나 편집이 시선을 끌 정도로 화려하거나 깊은 인상을 줄 정도가 아니다. 영상포엠이란 말처럼 글들은 상당히 마음에 든다. 하지만 영상 에세이가 활자로 변하는 순간 그 생명은 저절로 반감된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아쉬웠던 것은 바로 실제 영상이다. 몇 장의 사진과 글만으로는 나의 용량 부족 머리를 통해 제대로 연상되지 않기 때문이다. 많지 않은 글이기에 잠시 숨을 고르면서 사진을 노려보고, 감탄하고, 부족함을 느낀다.   

 

 책 속엔 참 마음에 드는 문장이 많다. 그 중에서도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욕망을 움켜잡으려 그도 한때는 괴로웠으리라.”란 문장이 가슴으로 파고든다. 울릉도 비탈에 농사를 짓는 할아버지의 뒷모습과 함께 현재의 나를 생각하게 만들었다. 물론 이 문장을 처음 보는 것은 아니다. 낯선 문장이지만 한 장의 사진과 더불어 책에 표시를 하고, 몇 번이고 되새겨 보게 한다. 이런 문장과 어울린 사진들은 잠시 부족하다고 느꼈던 감정들을 날려 보내기도 한다. 황금빛으로 빛나는 바다의 풍경이나 골목길 위로 연탄을 나르는 아저씨의 모습이나 몇 곳의 자연 풍경은 잠시 숨을 고르게 한다.  

 

 책의 부록처럼 음악 감독이 올린 글은 글에서 만나지 못한 소리를 채워준다. 물론 나의 음악 지식이 이 글로 자연스럽게 흘러나올 정도는 아니다. 단지 찾아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는 점을 말한다. 뭐 가장 좋은 것은 이 영상을 구해서 보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음악을 알고 싶은 마음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열두 곡인데 몇 곡은 알지만 대부분은 낯설다. 설명을 듣다보면 일요일 아침 나른함과 함께 하기에 좋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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