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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 에비앙
요시카와 도리코 지음, 박승애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2월
평점 :
절판
책 제목을 보면서 무슨 뜻일까 한참을 고민했다. 쉽게 책표지를 자세히 보았다면 그 답을 알 수 있었을 테지만 나의 시선이 그쪽에 머물지 않아 나중에야 책 속에서 그 원 표현을 알게 되었다. 굿모닝 에브리 원(good morning everyone)!을 엉뚱하고 무식하게 발음한 결과로 만들어진 이상한 문장인 것이다. 이 이상한 영어 발음처럼 이 책속에 나오는 중학생여자의 집은 우리를 상상을 초월하는 가정이다.
'재미만 있으면 만사 오케이!’라는 가훈을 가지고 살아가는 30대 초반의 미혼모 아키와 중학생 딸핫짱과 핫짱이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엄마와 함께 살고 있는 야구라는 인물이 만들어내는 즐거운 생활은 도저히 일상적이지 않다. 가훈부터 튀는 이 집에서 제대로 중심을 잡는 인물은 화자 정도가 아닐까 한다. 하지만 가끔 튀어나오는 핫짱의 행동과 말을 생각하면 역시 그 집에서 자란 훌륭한 소녀임을 알게 된다. 세밀하게 그 집안을 들여다보는 것이 아니라 풍부하게 형성된 이야기는 없지만 기발하고 유쾌한 삶을 살아가는 것은 분명하다.
무겁지 않고 가볍게 읽히는 내용과 문장들이다. 하나의 에피소드를 가볍게 처리하면서 하나의 줄거리를 따라 흘러간다. 개성적인 등장인물들의 행동과 말들이 이 소설에 재미를 주는 요소들이다. 엉터리 영어를 말하면서 아르바이트로 살아가는 아구나, 멋진 외모에 철없는 미혼모인 엄마에, 이들의 영향 아래에서도 잘못되지 않고 속 깊고 즐겁게 살아가는 핫짱 등이 어울려 기존의 가족관을 부셔버리고 자신들만의 가족을 만들어가는 그 과정이 재미있다. 이점에선 대단하게 느껴진다.
가볍고 유쾌하고 빠르게 읽히는 내용이지만 역시 뭔가가 부족한 느낌을 주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기존 이야기 방식에 익숙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풍경을 만드는데 성공한 느낌 이상의 감동을 전해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재미있게 읽히는 소설을 만들었지만 일회성 상품처럼 그 뒤에 남겨지는 여운이 없는 것이다. 다시 뒤돌아보며 되새김할 만한 장면도 부족하고 감탄을 자아낼 장면이나 문장도 생각나지 않는다.
이 책 속에도 혈액형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여기저기에서 말해지거나 볼 때마다 짜증이 나는 것은 왜일까? 사람들은 자신의 틀을 만들어 놓고 다른 사람들을 그 속에 집어넣고 싶은 모양이다. 소위 말하는 기준이니 상식이니 하는 잣대로 다른 사람을 판단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기준에서 본다면 어처구니없는 이 가족 이야기에 혈액형 이야기가 나온다는 점이 약간은 아이러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