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듀이 : 세계를 감동시킨 도서관 고양이
비키 마이런.브렛 위터 지음, 배유정 옮김 / 갤리온 / 2009년 2월
평점 :
어느 추운 겨울, 도서 반납함에서 태어난 지 몇 주 되지 않은 새끼 고양이가 발견된다. 쇠의 차가움과 추운 날씨를 견뎌내며 도서관 직원들에게 발견된 그 수고양이가 바로 듀이다. 정확한 이름은 듀이 리드모어 북스. 듀이는 도서관 분류 십진법에서 따왔고, 리드모어 북스는 풀면 READ MORE BOOKS란 문장이 된다. 재미있는 이름이다. 하지만 이름보다 더 재미있는 것이 바로 듀이의 19년 삶이다.
이 조그만 고양이가 어떻게 인구 만 명도 되지 않는 마을 사람들과 전 세계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 보는 것은 상당히 즐겁다. 그리고 듀이의 활약을 지켜보는 것은 교감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우리가 흔히 동물을 키운다고 하지만 사실은 그 동물로부터 위안과 평온을 얻는 경우가 더 많다. 이것을 생각하면 듀이의 존재는 더 빛난다. 한 가정에 속한 것이 아니라 도서관에서 기거하면서 도서관을 찾는 모든 사람을 반겨주고, 따스함을 나눠주기 때문이다. 그것도 힘들고, 지치고,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잘 찾아가니 기특하고 대단하다. 이전까지 고양이에 대해 가지고 있던 좋지 않았던 생각들이 단숨에 날아간다.
그에게 도움을 받은 사람들은 셀 수조차 없다. 실직으로 힘이 빠진 남자나 휠체어 위에서 말없이 수줍어하던 소녀나 일이 잘 풀리지 않는 사람들이 듀이의 살가운 행동에 힘을 찾았다. 하지만 이 모든 사람들보다 더 많은 위안을 받은 사람이 바로 저자인 비키다. 이 책은 듀이에 대한 추억뿐만 아니라 비키의 삶에 대한 기록이자 그녀가 살고 있는 스펜서란 도시의 역사도 같이 다루고 있다. 듀이가 추운 겨울 도서 반납함에서 죽음을 이겨내었듯이 비키도 싱글 맘으로 살면서 자궁적출이나 유방암과의 싸움에서 이겼고, 스펜서는 높은 실업과 힘겨운 경제난을 자신들의 자존심이나 환경의 파괴 유혹으로부터 지켜내었다. 그들의 노력들은 보면서 현재 배금주의가 극성을 부리는 우리의 현실에 비추어 많은 점을 생각하게 되고, 존경스럽다.
책을 읽으면서 듀이를 찾아와 위안을 얻고, 즐거워하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그들을 보면 나 자신도 훈훈해진다. 어떻게 생각하면 그냥 한 마리의 고양이일 뿐인데 먼 길을 찾아오는 사람들을 보면 극성이다, 라는 생각도 들지만 그만큼 그들의 삶이 메말라가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생각한다. 점점 삶은 각박해지고, 경제적으로 어려워지고, 사람들과의 정이 사라지는 현실에서 이런 아름답고 훈훈하며 즐겁고 반가운 이야기는 어쩌면 그들이 잊고 살아가는 삶을 되새겨보게 만들어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반응도 역시 듀이의 행동으로부터 비롯한다. 외향적이고, 사람들의 마음을 알고 있는 듯 행동하기에 사람들이 더 감동을 하고, 다른 나라에서 찾아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실 끝까지 읽기 전에는 세계를 감동시켰다니 신문이나 뉴스에서 듀이의 사망 소식을 다루었다기에 뭔 호들갑인가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단순히 호기심을 넘어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고, 사랑을 나누어준 것을 감안하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듀이의 존재를 둘러싸고 논의된 많은 논쟁에서 듀이의 경제성이 없다고 말한 대목에서 그를 보기 위해 온 수많은 사람들이 뿌린 금액을 생각하면 그 자체로 훌륭한 관광 상품이었다. 물론 듀이는 그것을 뛰어넘어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하고, 사람들의 가슴속에 사랑을 실어줬다. 그리고 도서관장 비키의 삶과 그녀의 눈을 통해 바라본 스펜서의 변화는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