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터널 1 ㅣ 터널 시리즈 1
로더릭 고든.브라이언 윌리엄스 지음, 임정희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땅 속 여행을 다룬다고 하기에 가장 먼저 쥘 베른의 <지구 속 여행>이 연상되었다. 인류가 우주로 나가는 시대이지만 아직도 바다 속과 땅 밑은 미지의 공간이다. 몇 년 전 할리우드에서 땅 속을 파고들어가는 기계로 지구를 구하는 황당한 영화를 만들었고, <매트릭스>에선 기계들을 피해 아예 땅 속에서 인류가 생활하였다. 이런 저런 생각들이 교차하면서 읽기 시작한 이 책은 이 모든 예상을 벗어났다. 거대한 규모와 무시무시한 괴물들이 나오지도 않는다. 어쩌면 조금은 소품처럼 느껴지는 판타지다. 그러나 1권이 끝날 때면 달라지는 분위기 때문에 2권이 기대된다.
열네 살 소년 윌 버로스는 아버지와 함께 공유지를 파고 들어가 유물을 찾는 것을 즐긴다. 아버지 버로스 박사는 동네 박물관에서 일하지만 언젠가 세상을 놀래줄 기회를 노리고 있다. 이 부자가 땅을 파고, 옛 유물을 발견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아버지는 예상하지 못한 유물을 얻게 되고, 윌은 친구 체스터와 함께 새로운 발굴에 빠져든다. 하지만 이들 주변으로 이상한 사람들이 맴돈다. 그리곤 아버지가 사라진다. 윌은 실종신고를 한다. 동시에 체스터와 아버지가 사라진 단서를 찾게 된다. 그리곤 발견되는 집 지하에 있는 터널은 그들을 새로운 세계로 이끌고 간다. 여기서부터 이야기는 현실과 비현실이 교차하면서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낸다.
이 소설에서 주인공은 당연히 윌이다. 초반엔 버로스 박사도 상당한 비중으로 출연하지만 중반으로 넘어가면서 등장이 사라진다. 친구와 아버지를 찾아다니는 윌의 모습은 일반적이지 않다. 강한 의지와 정신력으로 힘든 모험에 뛰어드는 그를 보면 놀랍고 긴장감을 심어준다. 그가 새로운 세계에서 만나게 되는 사건과 사실들은 결코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 고난과 어려움을 통해 그는 조금씩 성장하는데 이 소설을 보는 재미 중 하나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터널을 통해 지하세계와 만난다. 일반적인 지하세계와 다른 모습이다. 완전히 다른 인종들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옛 인간들이 지하로 내려와 사는 것이다. 물론 다른 인종도 존재한다. 하지만 작가는 이 다른 인종을 부각시키고 공포감을 극대화하기보다 지하세계를 만들고 새로운 이야기를 위한 준비 작업에 더 공을 들인다. 이것이 이 1권이 가진 한계이자 재미이기도 하다. 새로운 지하세계가 낯설고 흥미롭지만 조금 더딘 진행은 집중력을 흩트리기도 한다. 그러나 이 작업이 거의 끝날 때인 후반으로 오면 점점 흥미로워진다. 새로운 사건과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가 호기심을 자극한다.
마술도 마법사도 요정도 없는 이 판타지가 매력적인 것은 무얼까? 런던의 한 지역에서 시작된 터널 파기가 거대한 지하세계로 이어지기 때문일까? 한 소년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성장하는 모습일까? 낯선 세계로의 모험이 있기 때문일까? 아마 이 모든 것이 함께 섞여 있을 것이다. 비록 나의 몸 상태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집중력이 약해지고 혼란스러운 부분도 있지만 윌의 다음 이야기가 기다려지는 것은 사실이다. 윌은 동생 칼과 함께 버로스 박사를 만날까? 그리고 지하세계는 어떤 모습으로 바뀔까? 윌과 이제 적이 된 그녀와의 대결은 어떤 식으로 펼쳐질지 머릿속으로 상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