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들 무덤에 침을 뱉으마
보리스 비앙 지음, 이재형 옮김 / 뿔(웅진) / 200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19금 소설이다. 이 얼마나 매혹적인 단어인가! 지금이야 인터넷으로 수많은 야동이나 포르노를 다운받아 볼 수 있지만 예전엔 미성년자 관람불가란 영화조차 보기 힘들었다. 그러니 19금 소설을 접한다는 것은 더욱 힘들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19금이란 단어가 들어가면 한 번 더 눈길이 간다. 얼마나 야하거나 잔인할까 하는 기대로 말이다.

 

19금 소설인 것은 잔인한 장면 때문이 아니라 노골적이고 직접적인 섹스 장면 때문이다. 이 책이 출간된 시절을 생각하면 정말 대담하다. 지금도 이렇게 노골적으로 묘사한 문학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누아르 소설의 고전이라고 하니 단순한 포르노 문학으로 취급할 수 없다. 그렇게 많지 않은 분량에 음주와 섹스 장면을 제외하면 그 시대의 풍경을 드러낼만한 장면도 많지 않다. 너무 그런 장면에 눈길이 많이 가고, 집중을 한 탓인가? 하지만 더 관심이 가는 대목은 그 시절 미국에서 과연 그런 성적 자유분방함이 가득했느냐 하는 점이다. 물론 이것은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인종 문제와 복수에 걸림돌이 되는 사실은 아니다.

 

한 남자가 시골 마을 서점에 취직되어 온다. 그의 피 속엔 1/8 정도 흑인의 피가 섞여있다. 그런데 이 정도만 되어도 그 시절엔 당연히 흑인으로 분류했다. 지금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는 흑백 인종 차별이 그 시절엔 더욱 심했을 것이다. 주인공 리가 여자들에게 흑인에 대해 묻자 그녀들이 말하는 대목에서 그 혐오감이 잘 드러난다. 그들에겐 흑인은 사람이 아니었다. 역사 기록을 보아도 이것은 분명히 드러난다. 그것은 외양만의 문제가 아니다. 리는 하얀 피부에 금발을 가지고 있으니 충분히 백인이다. 하지만 법과 백인들은 그를 흑인으로 취급하고, 자신들의 세계로 들어오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그의 동생이 단지 백인 여자를 사귀었다는 이유로 죽임을 당한 것이다. 그래서 그는 복수를 위해 이 마을에 왔다.

 

흔히 일반적인 복수는 그 대상에 직접 물리적 폭력을 가한다. 하지만 이 소설에선 그 분명한 대상이 아닌 다른 여자들에게 복수의 칼날이 향한다. 이 때문에 약간 당혹스럽기도 하다. 그의 원대한 의도를 모르는 바가 아니지만 현실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작가가 현실의 부조리와 불합리한 모습을 다루기 위해 자극적인 장면과 상황을 설정한 것을 어느 정도 이해하지만 깊이 있는 상황 설정과 충분한 설명이 부족하여 아쉬움을 남긴다. 문학적 성취도도 부족하다. 이 점은 작가도 알고 있다. 재미란 측면에서 본다면 자극적인 장면들이 눈에 들어오고, 빠른 진행이 마음에 든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은 현실의 높은 벽을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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