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비행기 - 팝아트 소설가 죠 메노 단편집
죠 메노 지음, 김현섭 옮김 / 늘봄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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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모르는 작가다. 작가에 대한 소개가 매력적이어서 선택했다. 절반은 성공이고, 절반은 그냥 그랬다. 성공은 새로운 작가와 일상으로부터 품어져 나오는 문제에 대한 서술과 대처하는 그들의 모습이다. 그냥 그랬던 것은 나의 기대가 조금은 판타지나 SF 쪽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경향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사실 책을 읽으면서 왜 비슷한 장르별로 구분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있었다. 목차를 유심하게 보지 않은 탓이다. 소설을 봄, 여름, 가을, 겨울 이렇게 네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각 장마다 다섯 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자세한 것은 좀더 세부적으로 분석해야 할 것 같다.

스무 편의 단편소설을 모두 말하는 것이 쉽지 않다. 모든 단편이 강하게 다가온 것도 아니고, 나의 집중력이 계속 유지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몇 개의 단편은 정말 마음에 든다. <세상의 종말 전에 들리는 소리>, <유령 프랜시스>, <유령비행기>, <미니어처 코끼리는 인기 있다>, <유나바머와 우리 형>, <오션랜드>가 마음에 든 단편이다. 적고 보니 생각보다 숫자가 좀 많다. 마음에 든 다른 단편이 있지만 이 정도에서 그냥 지나가자.

<세상의 종말 전에 들리는 소리>를 읽으면서 론의 말 일부가 이전에 후배에게 들었던 것이라 조금은 회상적이었다. 하지만 실 재미는 가족으로부터 자신의 위치를 제대로 찾지 못한 한 남편의 일상이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은 왜 가족인가? 하는 의문에 대한 답이 아닌가 생각하게 만든다. <유령 프랜시스>는 개성적인 여자 아이와 그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이야기가 재미있고, 가슴이 아리다. 자신의 아이가 장애가 있지만 보통 학교에 보내는데 그것이 꼭 자식에 대한 사랑 때문은 아니다. 이런 솔직한 속내가 아이의 부적응과 함께 강한 여운을 준다.

<유령 비행기>는 사랑 이야기다. 한 남자의 감정 변화가 극적으로 이어지는데 회상과 현실의 충돌 속에 피어나는 사랑이 재미있다. <미니어처 코끼리는 인기 있다>는 한 조그마한 코끼리의 놀라운 활약이 흥미롭다. 죽음이 있는 곳에서 더 움직이지 못하거나 그 크기가 실제 미니어처 크기라는 점도, 살아있다는 것도 기발하다, 단숨에 읽히면서 나도 한 마리 갖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유나바머와 우리 형>은 실존 인물과 자신의 형을 대비하면서 이야기를 풀어낸다. 세기의 폭탄마인 유나바머의 일상을 간단하게 요약하며 형의 삶을 통해 자신을 그려낸다. 처음엔 그 형이나 화자가 유나바머가 아닌가 착각했다. 물론 이것은 나의 무지 때문이다. 늘 이기지 못하는 존재였던 형이 무너지고, 자신의 감정이 혼란스러워지는 과정에 눈길이 간다. <오션랜드>는 슬프다. 열네 살에 운 이후 눈물을 흘리지 않앗던 한 남자의 눈물이 슬픔을 준다. 화려한 활약에 비해 인정을 받지 못해 회사를 그만두고 가족의 사업에 들어온다. 하지만 자신의 눈에는 수많은 문제점이 보이고 너무 엉망이다. 경영자가 된 동생은 형의 간섭이 싫다. 너무 쉽게 드러나는 구태와 지저분함과 비효율성과 문제가 그를 괴롭힌다. 실제 그를 괴롭히는 것은 그것이 아니다. 그를 인정하지 않고,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어린 기속 속 시간에서 단절된 눈물이 흘러내릴 때 왠지 모르게 숙연해진다.

다른 단편들도 흥미롭고 재미잇다. 어떤 소설은 집중력이 흩어져 그 재미를 누리지 못했지만 두적이며 잠시 회상에 빠진다. 단편 소설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남녀의 모습과 삶을 보면서 나 자신을 돌아보기도 한다. 다만 문체에 대해 그 재미를 충분히 누리지 못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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