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정말 사랑할 수 있을까
루이스 레안테 지음, 김수진 옮김 / 작가정신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26년 전의 사랑을 만나러 그녀는 사하라로 간다. 그 나라 말을 하나도 하지 못하는 그녀가 그곳에서 겪는 일은 평온한 바르셀로나의 일상이 아니다. 언어는 통하지 않고, 문화도 다르고, 낯선 풍경은 그녀를 공포에 사로잡히게 한다. 이런 험난한 일을 예상하지 못한 여정이지만 왜 그녀는 그때의 사랑을 찾아 떠났을까? 긴 세월이 지난 지금도 그때의 열정과 사랑이 남아 있는 것일까? 아니면 현실의 비루함이 좋았던 그 시절을 되돌아보게 만든 것일까? 이 소설은 10대의 소년 소녀가 한 순간의 오해와 격정으로 헤어진 후 만나기까지의 긴 시간을 다룬 사랑 이야기다.

 

몬세, 그녀는 부유한 집 딸이다. 어느 날 친구와 길을 가다 차를 몰던 산티아고를 만난다. 첫 눈에 그에게 호감을 가진다. 서툰 거짓말로 그녀를 유혹하려는 산티아고지만 그녀는 이미 거짓말을 꾀고 있다. 이들의 사랑은 그렇게 길지 않다. 10대, 그 불타는 시절의 사랑은 쉽게 타오르고, 자신도 주체하지 못하는 열정에 사로잡히고, 자그마한 오해나 실수로 무너진다. 그들의 사랑도 조그마한 사건과 충동으로 막을 내린다. 하지만 그 사랑은 쉽게 가슴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몬세가 자신을 둘러싼 현실을 박차고 그 더운 사하라로 간 것도 바로 그런 이유다. 작년엔 딸이 오토바이 사고로 죽고, 남편은 젊은 여자와 바람이 나고, 자신은 왠지 모르게 비워져 있는 것 같다. 그때 사고로 죽은 아프리카 여자의 유품에서 발견한 한 장의 사진은 가장 격렬하고 순수했던 사랑의 시절로 그녀를 데려간다.

 

산티아고, 그는 몬세의 거절로 홧김에 입대한다. 스페인 마지막 식민지인 서아프리카에서 근무한다. 처음 몇 개월은 몬세를 잊지 못한다. 바르셀로나를 떠나왔지만 마음속엔 여전히 그녀가 있다. 그를 둘러싼 환경은 낯설고, 인종 차별적인 부대 모습은 쉽게 적응하기 힘들다. 그의 조그마한 호의로 사하라인들과 친밀감이 형성된다. 우연히 그들의 마을을 찾아갔다 새로운 사랑을 만나고 사하라의 현실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그 모습은 운명이라고 불어야 할까, 아니면 인생이라고 불러야 할까. 순간의 분노를 참지 못한 그의 삶도 결코 평탄하지 않다.

 

소설은 이 두 남녀의 현재와 과거를 교차하면서 진행된다. 26년 전의 산티아고를 찾아온 몬세의 경우는 현실과 과거가 교차하면서 나아간다면 산티아고의 현실은 보이지 않는다. 그의 과거는 과거의 뒤섞임만 있다. 처음엔 사실 이 부분을 인식하지 못했다. 그냥 과거의 혼재 속에서 산티아고만 좇아갔을 뿐이다. 하지만 마지막 그들의 만남을 보면서 왜 그렇게 구성되었는지 알 수 있게 되었다. 현재에서 과거를 찾아가는 몬세와 과거 속에만 존재하는 산티아고. 작가는 이 둘의 이야기를 아름다우면서도 뜨거운 사하라 사막의 풍경을 배경으로 멋지게 풀어내고 있다. 또 빠르게 읽히는 문장과 쉴 새 없이 교차하는 장면들은 쉽게 몰입하게 만든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은 왠지 모르게 사하라의 황금빛 풍경과 모래바람을 연상시키면서 두 연인의 엇갈린 사랑으로 긴 여운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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