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비오따쓰 - 세상을 다시 창조하는 마을
앨런 와이즈먼 지음, 황대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0월
평점 :
품절


 

세상을 다시 창조하는 마을이란 부제가 붙어있다. 콜롬비아 사바나에서 시작한 작은 생태공통체에 대한 이 표현은 최상의 찬사이자 많은 점을 시사한다. 그 탄생부터 현재에 이르는 그 여정을 보다 보면 많은 문제점도 노출한다. 하지만 그 어려움을 뚫고 지금까지 살아남았고 번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감탄을 자아낸다. 극도로 정국이나 치안이 불안한 콜롬비아에서 이런 건전하고 풍요로운 공동체가 생존했다는 것은 어쩌면 살아있는 기적인지도 모른다. 물론 이 과도한 칭찬의 이면엔 많은 문제점도 있고, 어려움도 있다. 그렇지만 이 아름답고 놀라운 공동체를 통해 현재의 우리를 되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갈 바를 생각하게 된다.

 

가비오따쓰의 설립자 파올로 루가리가 처음 불모지에 생태공동체를 세우려고 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결코 호의적이지 않았다. 사실 초기엔 많은 지원을 받아야만 그 생존이 가능했다. 그들이 자랑하는 수많은 발명품이 경제적 원조의 기초 위에서 탄생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 조그만 공동체에서 미래를 보고, 대안을 찾았기에 그런 원조가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그들의 노력은 세상의 편리함과 타협하기보다 새로운 방법을 찾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이동수단이나 화석연료를 조금만 이용해도 편안하게 공동체를 운영할 수 있었을 텐데 고집스럽게 태양력을 실험하고 발전시켰다. 여기서 재미있는 사실 한 가지를 배운다. 세계 최고의 과학 기술을 가진 미국이 지미 카터에서 레이건으로 바뀌면서 태양력을 이용한 연구가 세제 혜택을 받지 못하거나 폐지되었다는 것이다. 뭔가 냄새가 나지 않는가? 그런데 콜롬비아의 한 작은 공동체가 이 작업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간 것은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파올로가 연로한 박사인 제텔리우스와 한 대화 한 자락은 이 공동체가 지향하는 점을 보여준다. 박사가 가비오따스를 유토피아를 창조하려는 노력으로 보고 말하자 파올로가 현실이 되길 바라고 유토피아가 아닌 토피아로 만들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준다. 이 책이 처음 나온 1998년과 10년 후 서문이 다시 붙은 이 책을 읽으면서 그 노력의 결실 일부를 만났다. 처음에 서문을 읽으면서 낯설었던 내용들이 모두 읽은 후 다시 읽으면서 10년 동안 변한 모습을 반갑게 만났기 때문이다. 엄청난 진전이나 현실화된 유토피아의 모습은 분명 아니지만 그곳을 다녀간 사람들이나 그 주변 사람들에겐 잊을 수 없고, 그 나라 그 어디보다 평화롭고 평온한 곳임에는 틀림없다. 그리고 경제적으로 점점 나아지는 모습은 그 미래를 더 밝게 바라보게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왜 이렇게 성공한 생태공동체가 세상으로 퍼져나가지 못할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이 프로그램을 이용한다면 분명 세상은 점점 더 살기 좋을 텐데 말이다. 하지만 파올로는 말한다. 가비오따쓰에는 프로그램이 없다고, 카오스에서 무작위로 태어난 것들의 총체라고. 그들은 탄생부터 미래를 예측하고 단선적으로 성장하지 않았다. 그 어느 것도 계획한 바 없이 발전하였는데 그것은 그 속에 협동심과 열정과 풍부한 상상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나의 문제가 발생하면 누구나 자연스럽게 방법을 제시하고, 그 방법이 올바르다면 주저 없이 채택하면서 성장했다. 그 많은 발명품들도 이런 자유롭고 창조적인 분위기에서 만들어진 것이 태반이다. 하지만 문제는 역시 문화의 차이나 지역 상황에 따라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것이 세계로 뻗어나가는 걸림돌이다.

 

콜롬비아의 치안 부재와 좌우 대립의 현실은 책을 읽으면서 조마조마한 마음을 만들었다. 책을 모두 읽은 지금도 이 성공적인 공동체가 정치, 사회 문제 때문에 혹시 불행한 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근심이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한 사람의 머릿속에서 나온 아이디어가 여러 사람의 협력과 노력에 의해 하나의 현실로 바뀌는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 감동적이다. 초기에 문제가 생겼을 때 미국이나 유럽에서 해결책을 가져올 수도 있었는데 그들로부터 해결책을 들여온다면 그들의 문제점도 들여온다고 지적한 부분은 대단한 통찰력이 아닐 수 없다. 비록 빠르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결코 그 뒤에 올 문제에 대해서는 대처할 수 없었을 것이다. 바로 이런 과정들이 그들의 성장을 더디게 만들었지만 그 힘든 시기를 넘기면서 더 크게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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