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비지 가든
마크 밀스 지음, 강수정 옮김 / 비채 / 2008년 10월
평점 :
품절


 

요즘 단테의 <신곡>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부쩍 많이 든다. 이 책도 그렇지만 다른 책에서도 <신곡>의 일부가 많이 인용되기 때문이다. 예전에 한 번 도전했다 실패한 경험이 있다. 난해하고 주석이 많이 달려 있어 읽기가 상당히 불편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누군가가 말하길 이 책을 완독한 사람이 세계적으로 많지 않다고 한 말에 위안을 얻기도 했는데 점점 그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더 많이 보기 위해서 말이다.

 

책 소개에도 나오지만 두 개의 죽음이 실려 있다. 하나는 400년 전이고, 다른 하나는 불과 십 수 년 전이다. 이 두 사건이 직접적인 연관성을 가지지는 않는다. 아니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시간은 다르지만 같은 공간에서 벌어지고, 그 이면에 숨겨진 비밀이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진행은 결코 연관성을 드러내면서 나아가지 않는다. 주인공이 그 저택으로 불려온 것도 과거의 사건을 파헤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현재의 사건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1958년 5월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공부하던 애덤은 지도교수로부터 여름방학 프로젝트를 제안 받는다. 이탈리아 대저택의 정원을 연구하면 어떨까 하는 것이다. 애덤은 대저택으로 초대 받아 오고, 그 정원을 연구한다. 그리고 그 집안의 장남이 어떻게 살해당했는지도 듣게 된다. 정원과 그가 방문한 시골은 아름답다. 그것보다 더 그를 끌어당기는 것은 자신이 머무는 여관 주인과 저택의 외손녀딸이다. 로맨스를 잔잔히 깔면서 정원의 비밀을 풀어내는데 그 아름다운 정원이 단순히 죽은 아내를 추모하기 위한 것이 아님을 발견하게 된다. 하나의 분명한 의도를 가지고 조성된 정원에서 과거의 비밀을 밝혀내는 애덤의 능력은 책 소개에 나오는 단테의 <신곡>과 그리스 신화의 만남으로 풀린다. 뭐 <신곡>을 잘 몰라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은 욕구가 줄어들지는 않는다.

 

정원을 둘러싼 비밀이 풀린 후 그를 사로잡는 것은 독일군이 후퇴하면서 살해한 장남 에밀리오의 죽음이다. 사실 그를 누가 죽였는지는 금방 알 수 있다. 왜 그랬는지도 역시 쉽게 드러난다. 하지만 작가는 누가, 왜 살인했는가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만약 그랬다면 너무 쉽게 그 범인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작가는 인물들의 관계를 꼬고, 과거의 숨겨진 비밀을 드러내고, 현실의 사실을 보여주면서 교묘하게 진실을 숨겨놓는다. 정교하게 짜놓은 구성에 빠져서 허우적거린다.

 

잔잔한 진행이지만 결코 지루하지 않고, 등장인물들의 미묘한 심리가 조율되면서 진행되기에 단숨에 읽힌다. 욕망과 사랑이 교차한다. 진실을 드러내길 두려워하면서 뒤로 물러난다. 비밀을 은근하게 하나씩 의도적으로 보여주지만 애덤은 그 이상을 보게 된다. 이 소설이 주는 재미는 바로 이런 은근한 진행과 애덤의 탁월한 추리에 있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등장인물들의 감정들의 충돌과 사랑이다. 2차 대전 후 이탈리아의 모습을 보는 재미도 무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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