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키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오근영 옮김 / 창해 / 200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읽을 때마다 느끼지만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은 잘 넘어간다. 이번 소설도 역시 빠르게 읽힌다. 책 소개에서 받은 이미지와는 다르지만 속도감 있게 전개되는 이야기는 사람을 강하게 끌어당긴다. 그만의 문체가 주는 속도감은 정말 대단하다. 완성도를 제외하고 속도감만 따진다면 손에 꼽을 정도의 작가임에는 틀림없다.

 

책 소개를 읽으면서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백 투 더 퓨처>다. 죽기 전 아들이 과거의 아버지를 찾아간다는 설정이 그런 선입견을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사실 이야기의 몇 가지는 영화와 유사한 부분이 있다. 다만 영화는 자신의 아버지를 변화시켜 현재와 미래를 바꾸는 반면에 이 소설에서 현재의 나를 만들 뿐이다. 이야기도 아버지와 어머니의 만남이 아닌 아버지를 한 사람의 성실한 남자로 만들기에 가깝다.

 

시작은 그레고리우스 증후군에 걸린 아들을 둔 부부의 모습으로 문을 연다. 유전자 문제로 남자에게만 나타나는데 18세를 넘기지 못하는 불치병이다. 이 사실을 알고도 이 부부는 아이를 낳았다. 부부가 걱정하는 것은 자신들이 아이를 낳은 것이 아니라 이 아이가 이럴 줄 알고 자신을 낳은 것을 원망하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다. 여기서 아버지 다쿠미는 과거의 한 시점을 떠올리게 된다. 자신의 인생에서 큰 전환점이 되었던 사건을 회상한다. 참 그레고리우스 증후군은 작가의 창작이라고 한다.

 

젊은 시절 다쿠미는 자신을 버린 어머니와 자신을 키워준 양부모와의 무너진 관계 때문에 성격 급하고 참을성 없는 청년으로 성장했다. 어떤 일을 하더라도 일 년을 넘기지 못하고, 뭔 일이 생기면 다른 사람을 탓했다. 이런 그에게 미래에서 아들이 온다. 이 아들은 미래를 알기에 아버지가 이야기했던 과거의 풍경에 신기해한다. 하지만 아버지는 결코 자신과 함께 할 당시의 모습이 아니다. 이때부터 아들 도키오는 아버지의 인생에 개입하기 시작한다. 이 개입과 함께 다쿠미의 연인이었던 치즈루의 도망으로 벌어진 사건을 다루면서 이야기를 풀어간다.

 

소설은 도키오와 다쿠미의 설정을 동일선상에 놓고 이야기한다. 다쿠미는 아기 때 생활고 때문에 아이를 키울 수 없었던 어머니에게 버림받고 양자로 입양된다. 이 일로 다쿠미는 생모를 무시하고 거부한다. 자신의 존재에 대한 회의마저 느낀다. 하지만 도키오가 개입되면서 다쿠미는 변한다. 자신의 존재를 긍정하고 고마워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동시에 도키오가 병원에서 고통 받지만 자신을 놓아준 부모에게 고마워하는 마음과 일맥상통한다. 다쿠미와 도키오의 감정이 일치하는 순간 소설은 끝나지만 그것은 결코 마지막이 아니다.

 

다쿠미의 인간 만들기가 한 축이라면 치즈루를 쫓는 것은 또 다른 하나의 이야기다. 알 수 없는 조직이 치즈루를 찾는다. 하지만 다쿠미는 예전에 들었던 단서를 가지고 찾아 나선다. 이런 저런 방법과 어려움을 뚫고 치즈루를 찾는 과정은 한 편의 로드무비 같다. 자신의 성질에 못 이겨 욱하고, 감정 조절은 늘 빗나가고, 생각 없는 행동은 다른 문제를 불러온다. 하지만 그가 치즈루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진실하다. 이 과정을 통해 작가의 이전 작품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여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든다. 예전에 본 간결한 전개와 진행이 조금은 줄어든 것 같다.

 

소설은 평행우주론을 기본으로 하는 것 같은데 이론적인 것은 무시하자.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찾는다면 도키오와 다쿠미의 살아온 인생에 대한 고마움이 아닐까 한다. 현재가 결코 만족스럽지 않지만 현재의 나에게 감사하고 긍정하는 모습을 말이다. 다쿠미가 어머니를 인정하고, 자신을 긍정하는 부분이 조금은 억지스러운 점이 있지만 즐겁고 재미있게 읽힌다는 사실은 변함없다. 처음 예상과 다른 전개로 앞을 예측할 수 없었다는 점도 읽는 즐거움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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