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나의 마나님
다비드 아비께르 지음, 김윤진 옮김 / 창비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읽으면서 몇 번씩 주위를 둘러보았다. 재미있기도 하지만 친구들의 모습이 보여서다. 물론 이 소설처럼 행동하는 친구가 아직 없지만 몇몇 장면은 직접 주변에서 목격한 것과 거의 유사하다. 불과 십 수 년 전 보았던 남자의 모습이 이젠 점점 희귀한 생물체로 변하고 있다. 아직 가부장적 위치에서 남자는 하늘 여자는 땅이라고 외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아내와 함께 외출할 때 아이들 귀저기를 들고, 닦고, 가는 사람이 늘어나는 현실을 보면 분명히 전세는 역전되고 있다.

 

그럼 예전의 가부장적 환상을 그리워하는가 하면 아니다. 성장기에 어머니들이 아버지의 말 한마디에 밥도 물도 대령하는 모습을 보면서 얼마나 부조리하게 생각했던가! 지금 성장해서 당연한 요구조차 쉽게 하지 못할 정도로 변한 남자들이 있다는 사실에 조금 불쌍한 마음이 들지만 결혼 두 남녀가 평등한 위치에서 만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남자들은 옛날이 좋았지! 하면서 자신들의 몰락을 아쉬워한다.

 

이 소설을 읽다가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바로 이때까지 얼마나 남자가 여자를 부려먹었는가 하는 생각이다. 화자가 힘들어하는 애 돌보기, 집안 청소, 요리하기 등의 일이 전통적으로 여자가 해오던 일이지 않는가? 너무 당연하게 생각한 그 일을 기세에 눌리고 연봉에서 밀리면서 남자가 맡게 되면서 벌어지는데 그 진행과정이 상당히 재미있다. 자신의 지위가 점점 하락하는 모습에선 나의 불안한 미래가 보이는 듯하다. 이때 나는 남성우월자의 흔적을 보여준다.

 

화자는 “난 더 이상 아빠가 아니다. 엄마가 되어가고 있다.”고 외친다. 가장으로서의 위치는 무너지고, 아내의 말 한마디에 주눅이 드는 그를 보면 당연하다. 아내가 가슴 성형에 대해 물어보면 속내를 숨기고 칭찬하며 달래기 바쁘고, 동시에 아내가 다른 남자의 말에 얼굴이 붉혀지면 괜히 불안하다.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라고 말한 아라공의 말처럼 점점 남자는 여자에 기대어 생활하게 된다.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아직도 과거의 환영 속에 살고 있는 것이다.

 

작가는 한 남자의 가상현실을 나열하면서 현실을 풍자하고, 변하는 세태를 보여준다. 아직 대중적인 모습은 아니지만 그 변화의 시초가 곳곳에서 드러난다. 지금 이 소설이 보여주는 모습은 대단히 현실적이면서 미래적이다. 이것을 단순히 남녀 문제로만 생각한다면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한 행동이다. 나무 한 그루 한 그루가 모여서 숲은 이루지만 일반적이지 않을 때는 그냥 한 그루의 나무일뿐이다. 만약 이것이 사회의 흐름으로 흘러간다면 숲 전체가 변한다. 저자는 바로 이 변화의 모습을 한 남성 엄마의 심리와 행동을 통해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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