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친 막대기
김주영 지음, 강산 그림 / 비채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제목만 가지고 이 소설을 파악하는 것은 무리다. 제목에서 느껴지는 이미지와 글 속에서 실제 드러나는 이야기는 완전히 다르다. 그 이유는 바로 제목 그대로 똥친 막대기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백양나무 곁가지에서 나무 막대기로, 회초리로, 똥친 막대기로, 낚싯대로 변하는 과정을 통해 인간 세계를 들여다보는데 그 재미가 솔솔하다. 화자의 위치와 환경이 변하지만 그가 가지고 있는 시점과 애정은 변함이 없다. 바로 이 점이 이 소설의 재미지만 누군가에게 기대고자 하는 마음이 느껴져 아쉬움을 준다.

 

마을을 지나가는 기차 이야기로 시작한다. 양지 마을을 지나가는 기차가 기적을 울리는 장면부터 시작하는데 그 일이 다음에 벌어질 대 모험의 단서가 되는 일일 줄은 생각도 못했다. 그리고 논에서 쟁기질을 하는 소와 그 주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평화로운 농촌의 풍경이다. 하지만 이 소는 새끼를 가졌고, 몸이 무겁다. 그런데 평소와는 다르게 기적 소리가 더욱 길게 울린다. 놀란 소를 달아나고, 주인 박 씨는 소를 뒤좇는다. 그러다 돌아와 백양나무 가지를 꺾어 소를 뒤좇는다. 바로 꺾인 나무 가지가 소설의 화자이자 주인공이다.

 

곁가지로 편하게 살던 그에게 시련이 닥친 것이다. 처음 박 씨가 생각한 것은 꺾은 나무로 회초리로 만들어 소를 때리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소가 얌전해지면서 특별한 용도가 없어졌다. 박 씨와 함께 온 막대기는 집 한 구석에서 뒹굴게 된다. 그런데 나무가 연모하는 박 씨의 딸 재희가 성적이 엉망인 관계로 어머니에게 꾸지람을 듣고 회초리를 구하려고 나온다. 싸리나무를 구해보지만 쉽게 빠지지 않다가 이 막대기가 선택된다. 얼마나 기쁜 일인가? 허나 그의 일은 재희의 종아리를 때리는 것이다. 가슴이 아프다. 재희를 때리는 도구로 변한 후 그는 똥통을 뒤섞는 막대기가 된다. 제목처럼 똥친 막대기가 된 것이다. 그 이후로 막대기는 사람의 필요에 따라 그 용도가 바뀐다.

 

이 소설에서 어떤 의미를 찾고자 한다면 막대기의 용도가 쓰는 사람에 따라 바뀌는 것과 흐름에 자신을 맡긴 후 최후의 힘을 짜내어 어려움을 돌파하고 자신의 자리를 찾는 것이다. 물론 다른 의미도 각자의 상황이나 경험에 따라 발굴되고, 느껴지고, 드러날 것이다. 인간에게 이를 대입하면 운명이나 상황에 휘둘리는 삶이 먼저 떠오른다. 자신의 삶이나 의도와는 달리 사람의 용도에 따라 이름도 일도 다 바뀌는 모습이 우리의 삶과 너무나도 유사하다. 그리고 최후의 노력으로 어려움을 돌파하려는 노력과 용기는 도식적이지만 재미나다.

 

책을 읽으면서 인상 깊은 장면이 둘 있다. 하나는 재희가 회초리를 구하려 나왔다가 백양나무 가지를 들고 자신의 다리를 때리는 장면이고, 다른 하나는 재희가 똥친 막대기를 들고 남자 아이들과 대거리를 하는 장면이다. 전자는 어린 여자 아이의 순진한 속내가 잘 드러나기 때문이고, 후자는 당돌한 행동이 빚어내는 재미 때문이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마지막에 이 모든 것이 재희로부터 비롯된 행운이었다고 하는 대목이다. 그 연모의 감정은 알지만 예찬으로 변하면서 변화의 인자를 자신의 내부에서 찾기보다 다른 존재에 의탁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산의 그림과 함께 많지 않은 분량의 이야기에서 즐거움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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