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크로폴리스 1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6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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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책 중간에 이 소설에 대해 말한다. 미스터리와 판타지와 호러가 섞인 상황이라고. 그렇다. 이 소설은 정말 다양한 장르가 복합적으로 섞여 있다. 제목에서 풍기는 판타지와 호러의 느낌이 시작부터 만나게 되는 연쇄살인마 피투성이 잭 이야기로 미스터리를 만들어낸다. 환상과 현실이 교차하고, 산 자와 죽은 자가 만나고, 동양과 서양을 접목시켜 하나의 장대한 이야기를 이룬 것이다.

 

소설의 무대는 가상 지역이다. V파라는 나라는 죽은 자들이 손님으로 찾아오는 곳이다. 매년 히간(彼岸)이면 산 자와 죽은 자가 성스러운 땅 어나더 힐에서 만나게 된다.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은 특별히 허가를 받거나 아니면 그 마을 사람들의 친인척이어야 가능하다. 이곳을 방문하는 죽은 자들인 손님은 대부분 1년 이내에 죽은 자들이다. 물론 몇 년째 계속 오는 손님도 있고, 몇 년 만에 오는 손님도 아예 오지 않는 손님도 있다. 그리고 손님을 만난 사람들은 그들의 이야기를 적을 의무가 있다. 손님들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이 진실은 죽은 자들의 진실을 마주하는 아주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이런 멋지고 환상적인 땅 어나더 힐을 방문하는 첫 날 시체가 입구인 도리이에 걸려있다. 유명한 연쇄살인마 피투성이 잭의 흔적이 보인다. 신성한 대지에 자치권을 부여받은 이 곳은 경찰력이 미치지 않는다. 처음으로 히간에 참석한 주인공 준이치로는 그 놀라운 광경과 처음으로 맞이한 어나더 힐의 놀라운 현상에 압도당한다. 그리고 다시 마을에서 발견되는 새로운 희생자는 연쇄살인자의 침입을 더 확신하게 만든다. 이에 자치조직은 범인 찾기를 위해 정령의 힘을 빌린 갓치라는 행사를 펼친다.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정령의 힘에 의해 죽음에 이르는 무시무시한 것이다. 얼마나 대단하냐면 준이치로의 비옷에 담긴 살인자의 장갑 때문에 준이치로가 죽을 뻔하고 그의 비옷이 산산조각 나고 먼저로 화할 정도다. 이 과정을 통해 범인은 밝혀질까? 그렇다면 너무 쉬운 이야기일 것이다.

 

작가는 이 환상적인 가공 세계에 연쇄살인자라는 존재를 집어넣어 미스터리를 만들어내면서 정령이나 손님으로 대변되는 존재가 살인도 할 수 있다는 사실로 공포감을 심어준다. 히간이 일어나는 어나더 힐 전체를 하나의 밀실로 만들고, 갓치라는 행사를 통해 모든 이들의 알리바이를 증명하면서 그 미스터리를 더 공고히 한다. 독특한 존재인 라인맨을 등장시켜 신비로운 분위기를 만들면서 손님들과의 만남으로 판타지로의 길을 열어놓고, 가끔 알 수 없는 존재를 등장시켜 공포감을 조성한다. 재미난 구성과 진행이다.

 

소설은 재미난 이야기로 가득하다. 특히 삼족오와 관련한 작가의 해석은 근래 우리나라에서 삼족오를 고구려와 연결시켜 해석한 것과 배치되는데 준이치로의 입을 빌려 말한 해석은 많은 점을 시사한다. 좀더 많은 연구가 이어져야 할 대목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 때문인지 문화인류학을 전공하는 준이치로는 쉽게 손님을 만나고, 많은 일을 경험하면서 아마추어 탐정 역을 한다. 하지만 그가 모든 미스터리를 풀지는 않는다. 어나더 힐이란 대지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이 현실의 합리적 이성과 판단을 뛰어넘기 때문이다. 잘 만들어진 미스터리를 기대한 독자라면 조금은 실망스러울 것이다. 그러나 그녀만의 독특한 분위기와 이야기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어떨까? 만약 이 소설이 담고 있는 호러에서 “공포를 닮은 쾌락에 가벼운 소름이 돋았다.(2권 221쪽)”면 만족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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