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이야기 1 - 17 Short Short Story
호시 신이치 지음, 김은경 옮김 / 페이지 / 2005년 7월
평점 :
품절


 

호시 신이치라는 이름을 정확히 인식하고는 처음으로 읽는 소설집이다. 책 제목만 보아서는 일본 드라마 시리즈를 연상하게 된다. 기묘한 이야기라는 일본 단막극들을 본 적이 많기에 호시 신이치 이름 이전에 드라마를 먼저 생각하곤 했다. 하지만 그의 단편집이 시리즈로 나오고 사람들의 서평을 읽고 난 후 자연스럽게 그의 이름이 머릿속에 각인되었다.

 

츠츠이 야스타카라는 일본 작가가 있다. ‘웃지마’, ‘시간을 달리는 소녀’ 등의 소설을 쓴 사람인데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생각난 작가다. 이 작가도 짧은 소설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는데 두 작가가 몇 살 차이가 나지 않은 것을 보면 그 시기에 한참 유행한 듯하다. 하지만 이 소설집만 놓고 본다면 조금 차이가 있다. 좀더 정교한 작업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더 엄선되었다고 해야 하나? 하지만 호시 신이치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분명 재미있을 작가임에 틀림없다.

 

총 17편의 짧은 단편이 실려 있다. 츠츠이 야스타카의 소설에서 더 짧은 것을 읽은 나에겐 그렇게 짧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나 각 단편들이 재미있다. 신선한 아이디어와 동화나 설화의 재해석이나 의외의 결말이 주는 재미가 가득하다. 어떤 소설은 콩트 같고, 어떤 소설은 짧은 추리소설 같고, 어떤 소설은 철학적이다. 어느 순간은 나도 모르게 킥킥 거리고, 어느 순간에 대단히 교훈이 가득하다.

 

이 소설집에 담긴 모든 소설 중 최고로 꼽으라면 개인적으로 ‘어깨 위의 비서’, ‘끈질긴 녀석’, ‘옷을 입은 코끼리’를 선택하고 싶다. ‘어깨 위의 비서’는 인간의 마음과 표현을 어깨 위에 놓인 앵무새 로봇을 통해 표현했는데 기발한 생각이 돋보이고 인간의 심리를 아주 잘 나타내주었다. ‘끈질긴 녀석’은 그냥 편하게 웃을 수 있어 좋았다. 예상하지 못한 반전이 주는 재미도 있다. ‘옷을 입은 코끼리’는 단순한 이야기 구조지만 마지막 문장에서 인간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간결한 진행으로 풀어내었는데 우리가 잊고, 버리고 사는 삶을 돌아보게 만든다.

 

‘잠자는 토끼’와 ‘열쇠’와 ‘신용 있는 제품’은 동화나 고사 등에서 소재를 가져와 색다르게 풀었는데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급속하게 바뀌는 현실에 대한 경고에서 나온 ‘작은 세계’나 인류의 무분별한 낭비 등에서 시작한 ‘비’나 권태로 인한 자극을 찾는 현실 세태를 풍자한 ‘우주의 네로’도 재미있다. 이것 외 다른 작품도 짧은 글 속에 풍자나 비판이나 반전을 담고 있어 읽는 즐거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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