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주술 뫼비우스 서재
막심 샤탕 지음, 이혜정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악의 삼부작 중 마지막 작품이다. 마지막을 보면서 역시! 라는 느낌과 브롤린이 주인공인 다음 권에 대한 아쉬움을 가졌다. 작가의 후기를 보면 브롤린과 관련된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맡겨 놓는다고 한다. 독자들의 상상력으로 이 아쉬움을 달래야 한다. 하지만 약간 희망적인 암시를 남긴다. 주연과 조연에 대한 글에서 혹시! 라는 기대를 가지게 된다. 유명작가들이 열화와 같은 팬들의 요청에 의해 죽었던 탐정도 살려내었으니 그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단순한 나의 바람일까?

 

3부작 동안 연쇄살인범들은 상상을 초월한 모습을 보여준다. 시체절단과 인육에 이어 이번엔 속이 텅 비고 거미의 고치 속에 들어있는 시체로 발전한다. 이 피해자들은 모두 외형적인 수술 자국이 없이 뇌와 내장이 비워져 있다. 그리고 거미줄에 휩싸여 발견된다. 그렇게 많은 거미줄은 현재 과학 수준에서 생산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럼 어떻게 이렇게 가볍고 텅 빈 시체가 만들어지고, 이들을 거미줄로 지탱할 수 있을까? 내가 가진 지식으론 뇌를 제거하는 정도 밖에 알 수 없다. 답은 여기에서 파생되었지만 얄팍한 지식의 한계로 더 풀어내지 못했다. 거미줄도 산업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연구되고 있다는 것과 가능성 정도만 알고 있을 뿐이다. 작가는 여기에 예상하지 못한 지식을 덧붙여 멋진(?) 장면을 연출해낸다.

 

악의 삼부작을 보면서 가장 놀라웠던 점은 악의 심연을 보면서 자신도 모르게 악에 조금씩 흔들리는 브롤린의 모습이다. 그는 악의 심연을 들여다보면서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걸어간다. 약간 위험해 보일 때도 많다. 이번엔 그의 텅 빈 내면과 삶이 피해자들의 모습과 묘하게 배치되면서 다가온다. 비워져 있는 것이 다른지만 상실감과 존재하지 않는 것들의 모습이 읽는 내내 가슴으로 전해지며 황폐화된 시간과 공간을 연상하게 한다. 이 강한 상실감과 허무함을 채워주는 존재인 애너벨은 활력소이자 가라 앉아 있는 그의 삶에 생기를 불어넣어준다. 그녀의 활약은 이번 소설에서 더욱 두드러지는데 이 두 콤비가 어떤 미래를 보여줄지는 끝없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만든다. 개인적으로 작가가 이 상상의 몇 개를 채워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건은 1년 전 한 시체가 시체공시소로 들어오면서부터다. 법의학자가 시체를 해부하는데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그리고 현재 브롤린과 절친한 래리의 동생 사체가 발견된다. 공포에 질린 모습으로 그는 죽어있다. 얼마 전부터 그 숲에서 거미에 물리는 사고가 발생했는데 그 때문에 죽은 것이 아닌가 경찰들은 추측한다. 하지만 브롤린은 의문을 제기한다. 그 후 발견된 한 구의 시체는 본격적인 사건의 시작을 알린다. 바로 거미의 고치 속에서 발견된 속이 텅 빈 여자의 시체다. 불과 며칠 전 실종신고가 들어온 여자다. 이제 본격적으로 이 살인범을 찾기 위한 경찰 측과 범인의 대결이 벌어진다. 하지만 이 범인은 용의주도하다. 곳곳에 살며시 흔적을 남겨 다른 사람을 범인으로 오해하게 만든다. 증거를 따라가면서 만나게 되는 사실과 실제의 차이를 보여준다. 강적이다. 범인은 또 브롤린을 죽음 속으로 몰아간다. 여기서 1년 전 벌어진 사건과 만나게 된다. 이 부분은 예측이 가능한 장면이지만 중요한 단서이기도 하다. 샤탕은 미로와 함정으로 수사에 혼선을 제공하고, 독자와 경찰은 그 흔적들 때문에 정확한 범인을 추리하는데 상당히 어려움을 느끼고 힘겹다.

 

근래 추리소설은 간결한 문장과 빠른 장면 전환과 영상을 보는 듯한 묘사가 주를 이룬다. 이 소설도 그렇다. 한 번 잡으면 어느 순간 수십 쪽은 그냥 나간다. 자세하고 끔찍한 묘사는 현장감을 느끼게 만들고, 범인과 브롤린 측의 대결은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드러난 단서들을 토대로 프로파일링을 한다. 이때 만들어지는 범인의 윤곽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연쇄살인범과 너무나도 다르다. 선입견이 또 하나의 장벽을 만든다. 이 소설이 주는 재미 중 하나다. 그리고 풍부한 지식과 우리가 가지는 거미에 대한 공포감을 이용한 설정은 사실과 관계없이 현실에서 벌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 삼부작으로 이 작가에 대한 기대와 관심은 더욱 높아졌다. 그리고 혹시라도 브롤린과 애너벨 콤비의 모습을 다시 볼 날이 오지 않을까 무작정 예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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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18 12:2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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