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가이드] 서평단 알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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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가이드 - 노벨 생리학.의학상 수상자 피터 도어티 교수의
피터 도어티 지음, 류운 옮김, 손상균 감수 / 알마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노벨상을 받는 방법이 있을까? 이 책 제목을 보면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저자는 없다고 말한다. 다만 자신이 생각하는 방법들을 나열한다. 그 내용들을 보면 공감하는 부분이 상당히 많다. 특히 자신이 발견한 내용을 학술지에 발표하기 전에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말라는 부분은 사실적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문제를 입 밖으로 내라거나 거짓말을 하지 말라는 대목은 너무 흔한 표현이지만 그 중요성을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
노벨상 수상을 위한 초보자 안내서 정도로 번역될 원제도 사실 과장되어 있다. 노벨상을 수상하는 왕도가 없음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럼 이 책은 어떤 내용을 다루고 있나? 그것은 저자의 노벨상과 과학을 둘러싼 생각들을 담고 있다. 노벨상 수상자들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지만 대부분은 과학에 대한 저자의 철저한 믿음이 바탕에 깔려있다. 이런 믿음은 개인적으로 유전자 변형물질을 둘러싼 논쟁을 생각하면 단순하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그리고 미국식 연구에 대한 칭찬은 그 성과와 업적이 탁월하다고 하여도 그 때문에 소외 받는 수많은 사람들을 생각하면 과하게 포장된 것이 아닌가 느껴진다.
총 9장으로 나누어져 있다. 각 장이 독립적이지만 전혀 개연성이 없지는 않다. 과학에 대한 믿음이 바탕에 있기 때문이다. 또 전문적 지식을 배제하고 평범한 이야기를 많이 사용함으로서 비교적 편하게 읽을 수 있다. 가끔 전문 용어와 지식이 나와 상당히 머리가 아픈 대목도 있지만 그냥 가볍게 지나가면서 전체 흐름에 집중하였다. 덕분에 생각보다 속도가 붙었고, 저자의 생각을 많이 알게 되었다. 노벨상 수상으로 그가 겪었던 변화와 책임감은 삶을 그 이전과 이후로 나누어도 무리가 없을 정도다. 이 상에 대한 전 세계적 관심이 얼마나 대단한지 다시 한 번 더 느꼈다.
자신의 전공인 면역을 다룬 장이 비교적 어려웠다면 다른 이야기에서 만나는 과학과 문화, 과학과 종교, 과학자와 삶은 많은 부분 공감한다. 약간 지나치게 과학의 미래에 낙관하지 않나 하는 의문도 생기지만 현재까지 과학이 이룬 대단한 업적을 생각하면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최근에 읽은 몇 권의 의학 관련 서적에서 현대 의학의 문제점을 지적한 내용을 기억하기에 저자가 주장하는 면역이나 부분 치료에 대해서는 약간 의문이 생긴다. 마법탄환을 발견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로 발생한 부작용으로 고생하거나 죽은 환자를 생각하면 너무 쉽게 이런 부분을 간과하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노벨상 수상은 그 분야에서 유명할 사람을 대중에게 널리 알리면서 그 삶을 엄청나게 변화시킨다. 아마 이 책도 노벨상을 수상하지 못했다면 시선을 그렇게 많이 끌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 만큼 수상자들의 말과 행동은 일반 대중의 관심 대상이다. 이와 관련하여 재미난 이야기가 하나 있다. 그가 말한 전체적인 내용은 무시하고 한 부분만 가지고 신문에서 제목으로 뽑고, 확대해석하는 이야기다. 우리나라만 그런 줄 알았는데 호주도 그런 모양이다. 저자도 책 속에서 지적했듯이 그의 말 한마디는 의도하지 않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이 책에 담긴 이야기들에 많은 부분 공감하면서 몇 곳에서 아쉬움을 느끼는 것은 생각이 다른 부분을 만나기 때문이고, 좀더 자세하게 집고 넘어갔으면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노벨상은 타고자 노력하는 것 이상으로 많은 운이 필요하고, 긴 시간을 요구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더 깨닫는다.
알라딘 서평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