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자 잭 리처 컬렉션
리 차일드 지음, 안재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첫 장면부터 시선을 끈다. 식당에서 체포되는 그 장면과 그 상황을 대처하면서 상상력으로 풀어내는 주인공 잭 리처의 모습은 강한 인상을 준다. 이미 여기서 앞으로 벌어질 사건과 그의 성격과 행동이 예고된 것이다. 조그마한 약점이라도 있으면 과감하게 파고들고, 주저 없이 행동으로 옮긴다. 이런 결단성과 행동력은 책 후반으로 가면서 속도감을 더 높이고 빨려들게 한다.

 

시리즈의 첫 권이다. 이미 12권이 나왔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시리즈의 경우 첫 권부터 보는 것을 좋아한다. 다행이다. 그리고 앞으로 재미있게 볼 수 있는 11권이 있다는 사실에 즐겁다. 하지만 과연 몇 권이나 번역될까 하는 점에선 의문이 생긴다. 시리즈의 경우 항상 이런 아쉬움이 생기는데 매력적인 주인공 잭 리처를 생각하면 모두 보고 싶다. 이것은 분명 나만의 바람은 아닐 것이다.

 

속도감이 굉장히 있다. 적지 않은 분량인데도 한 번 잡으면 손을 떼기가 어렵다. 리처의 일인칭으로 진행된다. 이것이 속도감을 높이지만 너무 일방적인 진행이다 보니 여유를 가지기 어렵다. 잘 닦인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느낌이랄까! 가끔 나 자신이 과속을 하면서 몰입한다. 다른 주변사항은 무시하고 빠져든다. 리처의 주저 없는 행동에 놀라고, 악당들이 보여준 처참한 광경에 역겨움을 느낀다. 가끔 소설 속에서 이런 표현을 만나곤 하지만 이 소설 속에선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아마도 군더더기 없는 문장과 간결한 묘사가 그런 느낌을 더 강하게 하는 모양이다.

 

책을 읽으면서 끊임없이 이미지를 만들었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구성해보기도 하고, 너무 현실적이고 사실적인 싸움에선 잔인함과 간결함에 치를 떨었다. 전직 헌병장교였던 그의 과거를 생각하면 당연할 수 있는 기술과 전략이다. 이것은 앞으로 이어질 수많은 시리즈를 위한 좋은 배경이 아닐 수 없다. 한 곳에 머물기보다 방랑하는 그의 삶을 생각하면 앞으로 펼쳐질 몇 이야기를 추론할 수 있다. 물론 이것은 다른 소설이나 영화에서 비롯된 상상이다.

 

예전에 누군가 말했다. 소설은 첫 장면부터 사람들이 시선을 사로잡아야 한다고.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은 교과서적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함정과 우연과 사실들은 연쇄적으로 벌어진다. 예상하지 못한 부분이 나오면서 간단히 추론을 벗어나고, 상상을 초월한 악당들의 작업은 머릿속에서 그 이미지를 재현하고 싶은 욕망에 시달리게 한다. 특히 마지막 장면의 총격전은 그 장소와 상황을 생각하면 너무나도 인상적이다. 영상 이미지로 구현된 것을 보고 싶은 마음이 절로 생긴다.

 

강한 성격과 거침없는 행동을 보여주는 주인공을 많이 보았다. 이 소설 속 잭 리처도 그렇다. 하지만 그는 방랑자다. 한 곳에 머물기보다 자유롭게 떠돌아다니길 원한다. 구치소에서 풀려나서도 그는 사건해결과 관계없이 떠나려고 한다. 그런데 자신의 발목을 잡은 시체가 자신의 형인 것이다. 여기서 살짝 과거의 이야기 한 쪽을 보여준다. 성장기에 그와 그의 형이 한 행동과 기억은 가볍게 떠나려고 한 마음을 붙잡고 복수라는 원초적 행동으로 이어진다. 이 과정을 통해 보여주는 그의 성향은 하드보일드에서 이미 본 여러 주인공들의 특성들이 드러난다. 이 소설에 빠지게 되는 매력 중 하나다. 너무 매력적인 주인공 잭 리처. 그래서 이 주인공의 활약을 더 보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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