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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텐베르크의 조선 1 - 금속활자의 길
오세영 지음 / 예담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세계최초의 금속활자를 만든 것은 자랑스러운 우리조상이다. 하지만 그 가치를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외국인에게 판 것도 우리조상이다. 우리가 흔히 부르는 직지심경이 바로 그것이다. 이 위대한 기술은 어떤 이유인지 모르지만 조금씩 사라졌다. 기술자가 우대받지 못하던 그 시절에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작가는 조선시대 황금기의 문의 연 세종시대부터 출발한다. 그 기술 혁명의 중심에 있던 장영실과 그 제자로부터 시작하여 위대한 문자 훈민정음을 다루며 독자의 가슴에 뿌듯함으로 채워준다.
소설의 주인공 석주원은 잃어버린 금속활자 인쇄기술을 부활시키려고 한다. 이는 세종의 훈민정음 창제와 맞물려있다. 19세 소년이 이 모든 것을 짊어지기엔 너무 무겁다. 그런 그에게 사라진 스승 장영실에 대한 정보가 들어온다. 홀연히 사라진 그가 북경에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그의 긴 여정은 조선 초기 국내 정세와 국제 정세와 맞물려가면서 시작한다. 북경에서 원하는 지옥불을 얻기 위해 노력하다 오이라트로 가고, 그곳에서 새로운 인물인 쿠자누스 추기경을 만난다. 이 만남은 구텐베르크와 이어진다. 그리고 앨 고어가 말한 충격적 내용에서 얻은 상상력이 펼쳐진다.
총 3권이다. 이 소설의 구성은 전작 ‘베니스의 개성상인’과 유사하다. 각 권마다 어려움이 닥쳐오고 주인공은 그 문제를 해결한다. 그 과정에서 음모를 꾸미지도 불의와 타협하지도 않고 정도를 걸어간다. 현실에선 보기 드문 모습이지만 소설 속에선 그를 도와주는 많은 인물과 상황들이 존재한다. 현실성이 떨어진다. 그렇다고 이 과정들이 느슨하거나 재미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간결하고 빠른 진행과 분명한 대결구도는 읽는 재미를 준다.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구텐베르크의 비중이 너무 적다. 서양 최초의 금속활자 인쇄술을 개발한 구텐베르크가 다른 사람에게 기술을 훔친 것으로 나오는 것이나 너무나도 쉽게 석주원에게 의지하는 모습은 조금은 아쉽다. 그리고 음모보다 장인정신을 부각시킨 장면들에서 약간 억지스러운 점도 있다. 작가가 의도적으로 연출한 장면과 구성일지 모르지만 긴장감이 떨어진다. 좀더 세밀하고 정교한 구성과 진행이 아쉽다.
주인공도 인물의 형상화에 아쉬운 점이 있다. 정도를 걷는 것은 이해하지만 그가 지닌 열정이 뒤로 가면서 점점 사라지면서 몰입감이 떨어진다. 그의 반려인 이레나의 모습도 어느 순간 사라져 아쉬움을 전해준다. 평생 적수인 크리스티나의 모습이 좀더 강력하게 부각되지 못한 점도 긴장감을 떨어트린다. 결정적 순간에 너무 쉽게 물러서는 중요 인물들의 모습은 역시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 부분은 사람마다 호불호가 나누어지지 않을까 한다.
이런 저런 아쉬움이 있지만 대중역사소설이 주는 재미와 긴장감이 있다. 앨 고어의 연설에서 얻은 단서로 시작한 장대한 여정은 가슴속에 자부심을 느끼게 만든다. 너무 간략하게 생략된 느낌이 있지만 그 시대의 모습은 빠른 진행과 전개로 긴장감과 속도감을 높여준다. 오락성을 높여 놓았지만 좀더 그 흐름을 자세하고 충실한 고증으로 풀어내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절반의 성공과 절반의 아쉬움이 아닐 수 없다.